문화
[MBN이 본 신간] '병서, 조선을 말하다' 외
입력 2018-04-25 15:24 


임진왜란은 조선 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든 대형 사건이었다. 조선 초기 주적은 북방 여진족이었다. 조선군의 주요 전술도 소규모 전투 중심이었다. 따라서 조총 부대를 선두에 세워 선제 사격을 가한 뒤, 단병접전을 펼치는 일본군의 전술에 쉽게 승기를 내줬다.

임진왜란의 흐름은 근접전에 능한 절강보병을 동원한 조명연합군의 평양성 탈환 전투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절강병법이 일본군에 대항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되자 조선은 중국 명장 척계광이 쓴 '기효신서'를 받아들여 '무예제보' '무예제보번역속집' '병학지남' 등의 병서를 편찬했다.

병서는 군대에 관한 책이다. 역사는 평화롭게 흐르지 않는다. 신간 '병서, 조선을 말하다'는 조선 건국부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정조의 개혁 정치, 쇄국과 문호 개방 등 조선 500년을 훑으며 굵직한 사건들과 조선 내외의 정치·사회 변화의 맥을 짚어보고, 시대에 발맞추어 등장한 병서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조선이 문치(文治)를 숭상했으나 군대에 관한 책인 병서 간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소개한다. 선조실록에 "병서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연관돼 있고 작게는 뭇 백성의 삶과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는 기록도 있다.

정도전이 쓴 '진법', 세종 시대 편찬한 전쟁 역사서 '역대병요', 병자호란 후 군사 지침으로 삼은 '연기신편', 정조시대 군사 교범 '병학지남', 대한제국 훈련 교범 '보병조전' 등을 아우르며 중국의 신식 무기와 전술, 왜검 등 일본 무기까지 필요하다면 왕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조선의 면모를 살핀다.



1131년 10월 13일 프랑스 루이 6세의 맏아들 15살 필리프가 파리 근교에서 낙마 사고로 죽었다. 타고 있던 말 다리 사이로 돼지 한 마리가 갑자기 뛰어들면서 말에서 떨어진 필리프는 돌에 세게 부딪혔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단순한 낙마 사고였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뛰어든 동물이 하필 ‘돼지였다. 돼지는 중세 라틴어로 목구멍을 의미하는 ‘굴라(gula)로 불렸다. 현대 프랑스어로 풀이하면 '탐식'이다. 더럽고 불결했으며, 음욕으로 가득하며, 절대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지옥을 상징하는 땅만 바라본다. 돼지는 '악마의 동물'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이 수치스런 죽음을 두고 '신이 내린 벌'이라 수군거렸다. 역사가들은 급기야 필리프를 '돼지에게 살해된 왕'으로 불렀다.

필리프 대신 왕위에 오른 루이 7세는 왕비와 함께 직접 2차 십자군 전쟁에 나섰으나 원정은 실패하고 전쟁 중의 불화로 부인과도 이혼한다. 죽지 않았더라면 필리프와 결혼할 예정이던 알리에노르 왕비는 이혼 3개월 만에 잉글랜드의 왕이 된 헨리와 재혼한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서부지역 땅을 놓고 영국과 대립하게 되고 훗날 백년전쟁의 씨앗이 됐다.

왕국의 명예에 돼지 오물이 튄 격이니 왕과 그 측근들은 수치스러운 죽음을 지우고 위신을 다시 세워야 했다. 루이 7세의 자문이던 쉬제르 생드니수도원장 등은 예수의 어머니 성모마리아와 그 순결함을 상징하는 백합, 신성한 천상의 색으로 여겨진 파란색을 앞세워 돼지 사건의 흔적을 덮기 시작했다.


수도원장은 생드니 수도원 교회를 개축하면서 처음으로 화려한 파란색 유리를 이용한 성모 마리아의 그림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했다. 이어 샤르트르 대성당을 비롯한 왕국 교회들도 이런 유행을 따랐다. 파란색 바탕에 금빛의 노란 백합꽃은 이렇게 왕국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발돋움했다. 불명예를 가리기 위한 왕가의 노력과 당시 막강한 권세를 지녔던 중세 시대 교회 세력의 이해관계가 맞닿은 지점이다. 백합과 파란색은 그렇게 국가의 상징이 됐다.

저자는 문장과 동물, 색이라는 주제로 감춰진 역사를 벗긴다. 프랑스 대혁명 직후 왕당파와 맞서 싸운 혁명군도 '레 블뢰(Les Bleus·푸른색)'고 '아트사커'로 통하는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도 파란색이다. 흥미로운 역사다.



헨리 제임스(1843∼1916)는 19세기 마크 트웨인과 더불어 미국 문단을 이끈 작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전통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관점과 화법을 구사해 인물의 내밀한 심리를 포착해 현대 영미 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완성시켰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112편 중단편 소설을 썼는데 이 책에는 작가의 작품 세계의 정수로 꼽히는 8편을 실었다. 파편적이고 무질서한 인간 의식을 언어로 포착하려 한 작가의 시도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다. 특히 '네 번의 만남', '제자', '중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미국적 여성상을 대표하는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데이지 밀러', 유령 소설의 모범으로 꼽히는 '나사의 회전'도 함께 실렸다.



성공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지만 실패는 우연의 결과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는 성공의 사례가 아니라 실패의 사례를 제대로 파악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를 통해 행복한 우연과 자신의 성취를 혼동하는 인간의 내밀한 인지적 편향을 여러 각도로 살핀다.

저자는 사회적 성공에는 개인의 노력도 작용하지만 실제론 훨씬 더 많은 우연적 요소가 작용함에도, 우리는 이를 간과한 채 온전한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로 믿는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노력을 많이 하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다. 기우제와 비. 운동선수와 징크스 등 어디에서나 쉽게 인과관계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나 바람과는 달리, 인간의 삶이나 세상 만물이 강력한 우연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저자는 폭넓은 과학 지식과 철학적 성찰을 통해 일깨운다.



다동력이란 여러 가지 다른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을 뜻하며 이것이 현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저자는 "온갖 산업의 장벽이 무너진 지금, 하나의 직함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며 자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다동력의 원천은 호기심과 집중력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빠져들었다가 싫증내기'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한 가지 일에 먼저 푹 빠져들어 본다. 그 일에 싫증이 났다면 바로 다음 관심사로 넘어가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라고 권한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한 장소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리듬을 갖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저자는 '전화를 거는 사람과는 일하지 마라'는 팁을 준다. '전화는 다동력을 방해하는 최악의 도구이며 백해무익한 존재'인데 전화벨이 울리면 일을 중단하게 되고 리듬이 끊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수십 가지 일을 처리해 낸 저자는 간결하고 단호하게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사례를 곁들인다. 나의 다동력은 어느 정도 일지 확인해보자.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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