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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꾼 엘리엇…무리한 제안으로 주총 `어깃장` 시도
입력 2018-04-24 17:52  | 수정 2018-04-24 20:20
◆ 공격받는 현대차 ◆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현대모비스·현대차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요구하면서 엘리엇과 현대차그룹 간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엘리엇이 현대차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던지며 단기 차익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 핵심인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비율을 놓고 시장과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과 글로벌 업체로서 이사진 다양성이 뒤떨어진 부분은 그룹 입장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실제로 엘리엇은 현대차의 고질적인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음달 29일 분할·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수주주를 결집하면서 설득력을 극대화하려면 현대차그룹의 취약점을 집중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전문가는 24일 "엘리엇의 요구는 현대차그룹에 궁극적으로 약이 될 장기 플랜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며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보유 주식에서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IB 인용, 분할비율 틈새 공격
엘리엇이 우선 도마에 올린 부분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비율이다. 그룹이 그리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둘로 쪼개 모듈·AS사업부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존속 부문(미래차부품·투자사업)은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이 매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끊어지고 존속 부문이 그룹 지배회사로 올라선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0.79대0.21로 산정했다. 즉 개편안이 단행되면 현대모비스 주주는 모듈·AS 부문을 넘기는 대신 존속 부문 주식 0.79주와 현대글로비스 주식 0.61주를 보유하게 된다.
엘리엇 주장의 핵심은 현대모비스 '알짜 사업'을 쪼개주는 대신 받는 대가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해외 주주에 대한 설득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 IB 전망치를 대거 활용했다. 엘리엇은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기관 의견을 인용해 "현대모비스 분할 부문 2017년 순이익은 1조400억원, 올해는 1조2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사업인데, 분할 비율로 받은 가치평가는 낮다"며 "현대모비스 주주에겐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분할 비율 문제는 현대차 지배구조개편 발표 후 콘퍼런스콜을 개최할 때마다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현대모비스 회계를 담당한 삼일회계법인 측은 지난 18일 기업설명회(IR)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에서는 통상 순자산비율을 채택하고 기업가치나 손익비율을 적용해도 주주가치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존속 부문에는 현대차, 현대건설 지분 등 비영업자산이 많이 포함됐다"며 "이를 걷어내고 순수 사업가치로 따지면 비율 산정에는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 반쪽을 희생해 성장성 있는 두 개 회사 주식을 받아올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현대모비스 1주당 존속 부문과 합병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모두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가치 변동은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한전용지 매입 등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투자도 엘리엇이 공격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귀중한 자본을 논란이 많은 사업에 투자해 다수의 주주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비판했다"고 언급했다.
외국계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하라는 엘리엇의 공격도 그룹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글로벌 경쟁사 대비 다양성이 부족한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내 동일한 고위 임원진이 중첩돼 있어 이해관계 상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현재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파워텍 이사직을,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
현대차는 M&A 무산 카드로 대응
현대차그룹은 '정공법' 카드를 꺼내들었다. 단기 주가이익보다 현대차그룹주라는 큰 그림에 방점을 찍었다.
개편이 이뤄져 그룹 투명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길을 닦아두면 결국 현대차그룹이라는 큰 바구니에 담긴 계열사 주식 가치도 따라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단적으로 엘리엇이 요구한 대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 체계를 만들면 대규모 인수·합병(M&A) 전략은 쓸 수 없게 된다.
외신에서도 국내법상 엘리엇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로이터통신은 "엘리엇이 제안한 지주사 전환 요구는 비금융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도록 한 금산분리법에 위배된다"며 "법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이 현행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하는 게 맞는다"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는 존속 부문 미래가치 '세일즈'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존속 부문이 미래차 투자 키워드를 쥐고 있다며 성장성을 제대로 평가해 달라고 투자자 설득에 나섰다. 24일 현대모비스는 5년간 연구개발(R&D) 끝에 자동차 차체 쏠림을 막는 첨단 부품(전동식 차체 쏠림 제어시스템·eARS)을 독자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김정환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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