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국채금리 `魔의 3%` 돌파…코스피 살얼음판
입력 2018-04-24 17:32  | 수정 2018-04-24 23:37
미국 국채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3%를 4년여 만에 돌파하면서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4일(현지시간) 장중 3%를 넘어섰다. 자칫 지난 2월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조정을 받았던 상황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40% 하락한 2464.14까지 밀리며 사흘째 약세가 이어졌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2.7% 하락했다.
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시중 유동성 축소를 불러온다. 또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이기 때문에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외국 자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변수다.

증시가 지난 2월 국채금리 쇼크에서 다소 벗어난 지난달 이후에도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7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 동안 1조2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8400억원을 순매도하며 이미 전월 기록을 넘어섰다. 기관은 지루한 횡보장에 '눈치 보기'로 대응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만 나 홀로 순매수 행진을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한 횡보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남북 문제가 잘 풀려 관련 업종에서는 모멘텀이 생길 수도 있지만 수출주는 하반기로 갈수록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월 수출(1~20일 기준)은 전년 대비 8%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원화가치에 대한 중장기 전망도 외국인 수급에는 불리한 요소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대비 7.8원 급락(원·달러 환율 상승)한 1076.8원으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약달러 정책과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 감소로 최근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금리 상승으로 자금이 몰리면 트럼프 행정부도 달러화의 강세 전환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약 원화가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면 한국 증시에서 얻을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도 환율 영향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다만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금리가 3%를 넘는다고 해도 추세적으로 계속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를 4번 올릴 가능성이 커지긴 했으나 내년에도 더 올릴 것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단순히 한미 간 금리 격차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며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은 기우"라고 강조했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2분기에 인플레이션 심리가 강해질 것은 이미 예상된 부분"이라며 "그보다 미국 소매판매가 늘어나면서 소비경기 개선이 이뤄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보기술(IT)주와 소비재에 대한 투자 매력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오전 기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에 비해 0.1bp(1bp=0.01%) 오른 2.726%로 마감했다.
2월 초 10년 만기 한미 국고채 금리가 역전된 이후 미 채권 금리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세계적으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장기적으로 채권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지만 미국에 비해 금리 상승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물가가 오를 때 금리는 상승세를 보인다. 미국은 달러 약세를 바탕으로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이달 초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여왔다. 물가 상승세 역시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외국인이 원화에 투자하는 수단으로 국고채를 활용하는 점도 채권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는 지난 2월 기록한 올해 전 고점인 2.8%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환율로 지탱하고 있는 채권시장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화 추가 강세를 기대하고 국고채에 투자했던 외국인이 환율 변동에 따라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달러 하락에 베팅한 금액이 10년 내 최고 수준이다. 모든 사람이 달러 약세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달러가 강세로 전환할 경우 국채를 보유한 외국인이 손절매에 나서며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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