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FTA·국제도산·반부패` 한·미 변호사들, 양국 경제현안 머리 맞댄다…뉴욕주변호사협회, 아시아 첫 국제회의
입력 2018-04-24 16:03  | 수정 2018-04-24 18:29

"트럼프 정부는 국익과 안보에 해가 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게 한 무역확장법 232조항 등 기존에 제정된 법령을 이용해 무역 파트너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정영진 김앤장 변호사)
"미국 내에서도 통상적인 처분이 아니란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지난달 한 러시아 철강회사가 이 조항에 대해 국제통상법원(CIT)에 소송을 내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이 힘즈 뉴욕주 변호사)
24일 오전 서울고법 1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뉴욕주변호사협회(NYSBA) 2018 아시아 국제회의'에 모인 한·미 법률가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규제 강화에 따른 무역 분쟁과 외국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새로운 무역분쟁 해결 창구로 떠오른 CIT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CIT는 국제 무역분쟁 해결을 위해 설립된 특수 연방법원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 주요 수출기업들의 소송도 계류돼 있다.
토론에 나선 제니퍼 최 그로브스 CIT 연방판사는 "CIT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국제무역 사건에 대해 제소할 수 있고, 외국 기업·개인이 소송을 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 법에 근거해서만 판단한다는 데서 국가간 분쟁을 다루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영진 김앤장 변호사(52·사법연수원 22기)는 "CIT 역시 WTO나 외국 법원의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로브스 판사는 "모든 당사자의 주장과 외국 판례를 참조하긴 하지만 CIT는 오직 미국 법만을 따르고 판단할 의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독립적·일관적으로 또 공정하게 국제 무역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CIT의 목표를 항상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사건이 외국과 관계된 만큼 필요 시 CIT판사들이 직접 해외 출장을 나가 심리하거나, 비용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과 개인들이 무료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와 사법정책연구원(원장 강현중)이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는 뉴욕주변호사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지역 회의 중 최초로 아시아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 모인 미국 변호사 40여명과 국내 법조인·기업가 등 200여명은 △국제도산 △부패방지법 등 국제적 법률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미국이 해외 기업들의 부패범죄를 강력히 단속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대해선 국내 기업인들의 관심사가 높았다. FCPA는 기업이 해외 공무원을 상대로 뇌물을 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미국 법이지만 미국과 관련된 해외 기업에도 적용된다. 독일 지멘스가 다수의 국가에서 이 법을 위반했다가 미국에서만 벌금 8억달러(약 9360억원)를 냈을 정도로 처벌 수위도 높다.
데렉 아들러 뉴욕주 변호사는 "만약 한국 기업들이 FCPA로 처벌 받을 경우 천문학적인 벌금과 함께 국제적 신뢰 하락, 영업활동 제약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며 사전 대비를 강조했다. 미국이 기업이 부패 행위 자진 신고 등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준법경영 프로그램 마련 등 조치를 하면 벌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정식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법무부는 최근 FCPA 적용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뇌물액수가 큰 사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또 소속 직원의 범죄에 대해 기업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제도를 사전에 잘 갖춰야 큰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실리아 모리스 뉴욕남부연방파산법원장은 지난 2016년 한진해운 사태 등을 사례로 "미국에서 개시된 도산 사건에서 한국 채권자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며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이에 정준영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51·20기)는 "서울회생법원도 다음달 중 국제 도산법원 네트워크(JIN)에 가입하는 등 국제 공조에 만전을 다 하겠다"고 화답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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