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차 산업혁명위원장 "4차 산업혁명은 마케팅 문구일 뿐…무엇을 잡느냐가 중요"
입력 2018-04-24 14:21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레스 강남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237차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공학한림원]

"4차 산업혁명은 마케팅 문구지만, 이 문구를 이용해 무언가 잡을 수 있다면 실체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 당할 것입니다"
지난 23일 서울 쉐라톤 팰리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NAEK) 포럼'에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뭔가 잡을 수 있으면 된다"며 "디지털의 심화든 게놈 기술의 심화든 다양한 산업별로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행복하게 못 살고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반드시 남기고 싶은 한 가지로는 '규제 혁신 해커톤'을 꼽았다. 바람직한 사회적 합의 도구를 마련하는 게 최대 숙제라며 그 해법으로 해커톤을 제시한 것이다. 해커톤이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한 장소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끝장토론을 함으로써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도 민·관 토론자 15~20명이 특정 의제에 대해 1박 2일간 집중토론을 한다는 점에서 일반 해커톤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규제 제도 최종 합의안을 결과물로 내놓고 실제 정책 입안 과정에 반영하는 걸 목표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장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 달리 강력한 사후규제가 어려워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1년 안에 해커톤에서 사회적 합의문을 내놓고, 이 합의문이 국회나 어느 곳에서든 받아 정책에 반영해주는 한 사이클을 도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조직은 한 번 좋다고 생각하는 걸 반복하는 데는 능하기 때문에 해커톤이 잘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 과정이 뿌리 내리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3차례 열린 데 불과하지만, 해커톤이 정착되면 앞으로 숱한 의제들이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해커톤(12월 21~22일)은 핀테크와 혁신 의료기기, 위치정보보호를 의제로 삼았고, 2차 해커톤(2월 1~2일)은 개인정보 제도와 공인인증서를, 3차 해커톤(4월 3~4일)은 개인정보 제도, 공공 클라우드, 드론산업의 규제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그 동안에는 정책 입안 때마다 수시로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제한된 발언시간에 각자 입장만 이야기하다보니 주로 갈등 해소가 아니라 기존 갈등을 재확인하는 요식 행위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또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둘러싼 숙의민주주의는 원전처럼 첨예한 사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많은 준비, 시간, 비용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공청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해커톤은 평평한 운동장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하고 숙의민주주의에 비해 시간과 비용은 절약할 수 있는 장이라는 게 4차 산업혁명위의 생각이다.

장 위원장은 "하루 10시간 넘는 시간동안 각자 발언 제한 없이 할 말을 쏟아내다보면 친해질 수밖에 없고, 묘한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며 "데이터 관련 막혀 있던 규제들을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결과보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중요해진 이유는 관 주도의 '탑다운(top-down)' 경제가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관은 판을 깔고, 미니 혁신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람과 돈에 의해 움직이는 신산업의 경우 관 주도로 이끌고 가기 보다는 혁신이 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로 '헬스케어'를 꼽았다. 장 위원장은 "현재 의료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는데 이걸 모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춰 헬스케어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4차위와 보건복지부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전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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