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느 순간 엄마] (34) `미세먼지 결석` 가능해진 어린이집…바깥 활동 매뉴얼은
입력 2018-04-24 11:42  | 수정 2018-04-24 15:32

일주일 이상 아이 목에서 그렁그렁한 소리가 난다. 밤에도 몇 번씩 거친 기침을 하며 뒤척이다 이내 '에엥~' 울며 잠이 깬다. 목에 찬 가래 탓이다. 스스로 뱉어내지를 못하니 기침을 해도 다시 '꿀꺽' 삼키고 만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의 등을 토닥이다가 구토를 유발하는 일도 빈번하다.
아이의 기관지를 계속 맴돌고 있는 가래의 원인은 다름 아닌 미세먼지다.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들끓는 가래를 없애려면 미세먼지 속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한다.
어른들의 목조차 칼칼하게 만드는 미세먼지 속에서 어린이집을 안 갈 순 없는 노릇이다. 워킹맘으로 당장 애 맡길 곳이 없는 '딱한' 처지가 가장 큰 이유요, 정부로부터 '보육료 지원'을 받으려면 빠짐없는 출석이 보장 돼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기본적으로는 무상이다. 그러나 만 0~2세 아이의 경우 출석 일수가 기준치에 미달하면 아이사랑 카드로 결제하는 부모 보육료에서 일부를 각 가정이 부담해야 한다. 부담 액수는 출석 일수가 월 6~10일이면 부모 보육료의 50%를, 1~5일이면 75%이다. 현재 부모 보육료는 종일반 기준으로 0세는 44만1000원, 1세는 38만8000원, 2세는 32만1000원이다.

미세먼지가 '최악'인 경우에도 엄마들이 보채는 아이를 달래 등원을 시켰던 것은 어린이집이 아니면 맡길 곳이 없는 사정과 출석 일수를 맞춰야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에 기인한다.
다행히 보육료 부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어린이집을 보내야했던 문제는 해결이 됐다. 지난 23일부터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한 날엔 어린이집에 결석해도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등원 시간인 오전 9시 이전에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PM 10) 기준으로 공기 1㎥당 81㎍, 지름이 2.5㎛ 이하(PM 2.5)인 초미세먼지 기준으로는 36㎍ 이상인 상황이 1시간 이상 지속되면 사전에 어린이집에 연락하고 결석시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른바 '미세먼지 결석'이 가능해졌다. 뿌연 하늘을 원망하며 무작정 결석하기도, 한두번 결석해 어린이집 적응에 애를 먹으며 선생님 눈치까지 봐야 했던 부모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미세먼지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 됐지만 이에 대응하는 어린이집의 대책은 주먹구구식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어린이집에서 미세먼지 속 실외 활동을 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되는 기준이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바깥 놀이를 두고 부모들과 어린이집 사이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미세먼지 속에서 꼭 바깥 놀이를 해야 하나요?" 라고 불만을 쏟아내는 부모들과 바깥 놀이는 어린이집의 의무사항이라고 항변하는 어린이집.
전국 어린이집의 위생·안전 문제 등을 총괄하는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1일 3회 환기를 시켜야한다. 바깥 놀이 시간은 연령에 따라 다른데 2세의 경우 매일 1시간씩, 1세는 30분 이상, 0세는 일주일에 2~3번씩 30분 이상이다.
'국가 재난급' 미세먼지 상황 속에서 바깥 놀이는 실내 놀이로 대체 할 수 있다. 이 때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면 바깥놀이를 실내 놀이로 대체할 수 있는지 관련 기준이 부재한 게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을 내놓긴 했지만 강제성이 없고, 대부분 어린이집의 원장 선생님 개별적인 판단 문제로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내 경우 결국 원장 선생님의 혼자만의 판단으로 생기는 엄마들과의 갈등 해결을 위해 많은 엄마들이 사용하고 있는 '미세미세'란 앱을 모두 깔게 했다. 그리고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모두 '보통' 또는 '좋음'인 경우에만 바깥놀이를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어떠한 기준 조차 없는 것 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100% 모든 엄마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탓에 엄마들도, 어린이집도, 그 사이 아이들도 힘들기만 하다.
유독 기관지가 약한 아이들이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미세먼지로 감기를 앓다 결국 폐렴까지 걸리기도 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결막염과 비염도 최근 아이들을 괴롭힌다. 줄줄 흐르는 콧물, 그런 콧물 풀어내려다 코피를 쏟기도 하고, 눈꼽이 끼며 밤새 열감기를 앓는다.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그래서 엄마들 사이 공신력을 얻을 수 있는 어린이집의 미세먼지 대응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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