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오는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천안 지역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6·13 지방선거 이후에는 어떠한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차기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이 전 총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4월 국무총리 취임 62일 만에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사임했다. 이 전 총리가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재보궐 선거 출마를 통해 다시 '부활의 날개짓'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이날 3년 만의 기자회견을 통해 "천안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 번도 우리 당의 최고지도층으로부터 6·13 지방선거 출마에 대한 제안을 직접 받은 바가 없다. 재보궐 선거 관련 제안도 마찬가지"라며 "대신 6·1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접고, 당에서 요청하든 안 하든 단 한 표라도 후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 우리 당 후보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자임했다.
이 전 총리는 야권통합과 함께 당내화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야권이 건강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지금의 분열된 모습에서 빨리 벗어나 지방선거 전이든 후든 통합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당내 화합을 이루지 못하면 6·13 지방선거 또는 그 후에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강력한 당내 화합을 당 지도부에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도 "홍 대표를 흔들지 마라. 적어도 지방선거 전까지는 대표를 중심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홍 대표도 언행에 무거움과 무서움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고언도 전했다.
특히 이 전 총리는 지방선거 이후에는 야권통합과 당내화합을 위한 특정한 역할을 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6·13 지방선거 이후 이런 것들(야권 통합과 당내 화합)을 이루기 위한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당대회 출마 의사 질문에는 "너무 앞질러 간다"고 말을 아꼈지만, 중앙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의사를 묻는 말에는 "그렇게 좁게 보느냐"고 답해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을 높여놨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 스스로 총리까지 역임했기 때문에 충남도지사로는 본인의 훼손된 명예가 회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며 "대신에 무너져가는 당을 회복해야 한다는 얘기는 줄곧 해왔다.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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