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결국은 수급…지방침체 속 잘나가는 세종·대구·광주
입력 2018-04-20 15:49  | 수정 2018-04-20 16:41
지방 부동산 시장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올해 들어 지방 집값이 전체적으로 0.92% 하락했지만, 세종 대구 광주 등은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 대신 부산 울산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매일경제가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 등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지방이라도 청약경쟁률과 집값 상승률이 모두 높았다. 대구와 광주가 대표적이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없던 수요가 계속 유입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세종시도 마찬가지였다.
세 지역의 청약경쟁률은 작년부터 모두 최소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세 자릿수까지 나온 경우도 많았다. 이들 지역의 집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8년 1월 1일~4월 16일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올해 누적으로 대구는 0.78%, 광주는 0.80% 올랐다. 세종시도 0.50% 상승했다. 대구와 광주는 서울(3.3%) 다음으로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구와 광주는 최근 공급이 워낙 없었기 때문에 탄탄하게 시장이 버텨주고 있다"며 "대구는 재건축 개발과 교육수요가 많고, 광주 역시 자연발생적으로 무난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종시에 대해서는 "교육수요, 투자수요, 미래수요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주변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며 "일종의 삼투압효과로 충청권 수요를 흡수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반면 공급이 과잉으로 치닫는 곳의 상황은 악화 일로다. 공급과잉과 입주 폭탄이 겹친 부산이 대표적이다. 부산 아파트 가격은 작년 한 해 1.09% 오르면서 서울(0.55%)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4개월이 채 안 돼 1.02%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부산에서는 3만8000여 가구의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데, 이는 전년 2만2790가구보다 70% 늘어난 것이다. 2002년 4만630가구가 공급된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기도 하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등 기존 시장을 이끌던 '대장' 지역은 규제에 묶이고, 기장군 등 일광신도시는 미분양 재고가 많은 상태에서 신규 분양이 이어지다 보니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 불황이 깊어져 지역경기가 어려운 울산도 올해 들어서만 2.21% 하락했다.
결국 집값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파트 10가구 중 6가구가 준공 15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인 대구와 광주는 신규 아파트 분양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엄청났다. 올해 1월 분양한 '대구 e편한세상 남산'은 평균 경쟁률 347대1을 기록했다. 최근 분양한 '대구 복현자이' 역시 경쟁률 171대1이 나왔다. 지난 19일 청약을 접수한 '대구 범어 센트레빌'은 77.3대1의 경쟁률을 받아들었다.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대구에서는 총 5442가구가 청약시장에 나왔는데, 여기에 몰린 1순위 청약자는 32만5000여 명에 달했다. 재작년과 작년 대구 아파트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나왔고, '대구 교육 1번지'로 꼽히는 수성구는 작년 9월 뒤늦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지만 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노후 주거지가 많은 동구, 남구, 북구 등은 아파트 노후화와 공급 부족, 여기에다 전매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청약시장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광주 부동산 시장은 작년부터 분위기가 꾸준히 좋다. 특히 청약시장에 새 아파트 수요가 몰리면서 '대박 경쟁률'을 쓰고 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광주 청약시장에서는 총 7952가구가 일반에 나왔고, 여기에 1순위 청약통장 보유자 17만여 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별로 보면 작년 6월 분양한 '농성 SK뷰 센트럴'은 90가구 모집에 1만78명이 몰려 경쟁률 112대1을 기록했고, 8월에 나온 '첨단금호어울림더테라스'도 경쟁률이 87대1이나 됐다. 올 들어서는 1월 소형 건설사인 진아건설이 내놓은 '첨단진아리채'도 경쟁률 13.13대1을 기록했을 정도다.
행정수도 이전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세종시는 작년 집값 상승의 최고 주역이었다. 올해 신규 청약시장에서도 블루칩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작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세종리더스포레'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83.9대1이었고, 19일에 분양한 '세종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 역시 231가구 모집에 2만5000여 명이 몰려 109.25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세종시는 인구, 소득, 인프라스트럭처가 계속 상승세에 있어 아직까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곳"이라면서 "대한민국의 대표적 성장도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가지고 있는 기대감이 크고, 교육수요 등도 있어 실수요도 풍부한데 그만큼 공급이 따라와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의 또 다른 공통점은 미분양 주택 재고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올해 2월 기준 세종시의 미분양주택은 '제로(0)'다. 분양하기가 무섭게 집이 팔리는 것이다. 그다음이 서울(48가구)이었고, 대구(135가구)와 광주(431가구)가 그 뒤를 이었다. 아직도 미분양주택이 2937가구에 달하는 부산이나 1만가구가 넘는 충남·경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고 원장은 "대구와 광주는 모두 주택보급률 자체가 낮은 편이 아니지만 노후 주택이 많은 데 비해 신규 공급이 많지 않다"면서 "교체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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