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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상처의 봉합 아닌 극복…아픈 스릴러 ‘나를 기억해’
입력 2018-04-16 08:53  | 수정 2018-04-16 11:0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불편하다. 아프고 화가 난다. 자녀를 둔 입장에서는 더욱 더 앞이 캄캄하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는 충격적인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교 여교사 '한서린'(이유영)의 악몽보다 더 끔찍한 이야기를 담는다. 청소년 성범죄와 SNS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소재로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이다.
고등학교 여교사 ‘서린은 학생들로부터 결혼 축하 인사를 받은 뒤 수업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곤 책상에 놓인 커피를 마신 뒤 취한 듯 잠이 든다.
다음날, ‘마스터라는 정체불명의 발신자가 보낸 한 통의 문자. 좋은 꿈 꿨어요?” 그리고 셔츠가 풀어헤쳐진 여자의 사진, 바로 자신이다. 이로 인해 서린은 오래 전 겪은 과거의 끔찍한 사건의 트라우마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고 당시 사건으로 얽힌 전직형사 국철과 함께 ‘마스터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잊고 싶은 과거, 떠올리기 싫은 상처이지만 자신의 제자마저 연쇄적으로 범행의 대상이 되는자 서린은 마스터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용기를 내지만, 그의 정체는 점점 더 비궁으로 빠지고 만다.
여교사와 그녀의 제자를 대상으로 몰카를 촬영하고 이를 불법 유포, 협박을 반복하는 끔찍한 악마 ‘마스터는 과연 누구일까. 감독은 ‘마스터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분노를 자극하는 미스터리 구성에 극강의 스릴를 접목시킨다. 그리고 여기에 심도 있게 사회문제를 녹여낸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지지만, 사건을 푸는 열쇠를 쥔 마스터는 끊임없이 협박 메시지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서린의 숨통을 점점 조여온다. 영화 속에는 순수함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청소년기의 내재된 폭력성을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투영시키고,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의 고통 역시 세밀하게 묘사된다. 그러니 가슴이 아프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숨 막히게 답답할 수밖에.
결국 드러나고 만 마스터 정체 그리고 불편한 진실. 극한의 잔혹성의 끝에서 마주한 기막힌 진실에 우리는 다시금 ‘절망에 빠진다. 사회가 방조한 부분은 없는지, 스스로가 외면하진 않았는지, 근원적인 비극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유영은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심경과 격변하는 감정, 잔인한 성장통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김희원 역시 마스터를 끝까지 쫓는 오국철에 완벽하게 녹아들러 몰입감 높이며 이유영과 기대 이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영화는 단지 스릴러 적인 재미나 긴장감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상처에 주목한다. 그리고 상처의 봉합이 아닌 극복에 힘을 실은 채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 안일하고도 겉핥기식의 대처와 미성숙한 주변의 인식 등에 대해 섬세하게 꼬집는다. 그래서 영화는 시종일관 침울하고 씁쓸하며 불편하고 슬프다. 힘들지만 끝까지, 아니 끝나고 나서도 이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떠올려 봐야 할 이유다.
4월 19일 개봉, 101분, 청소년 관람불가.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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