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4월 12일 뉴스초점-말이 좋아 열린 결말
입력 2018-04-12 20:07  | 수정 2018-04-12 20:32
'열린 결론.'
교육부가 올해 중학교 3학년이 치를 대학 입시제도 시안을 발표하며 나온 말입니다.
'열린 결론',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교육부가 내놓은 시안은 대입 제도의 쟁점을 조합한 5가지 모형만 있을 뿐 교육부의 자체 방안도, 입장도, 결론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부 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 비율, 대입 단순화를 위한 선발 시기 개편 등을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역시 정책숙려제를 통해 추후에 논의하겠다며 공론화를 택했죠. 대입 개편안은 국가교육회의에, 학생부 개선안은 국민에게 결정하라고 한 겁니다.

대입 개편 시안은 말이 다섯 개의 안이지, 수시·정시를 통합하고 수학능력시험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안부터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안까지 다 포함해 온갖 가능성을 다 열어놨으니, 사실 나올 수 있는 조합은 수백 가지에 달합니다.

지난해 설익은 수능 개편안 발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8개월간 손 놓고 있던 교육부가 갑자기 다른 곳에 책임을 떠넘긴 겁니다. 더구나 현재 21명으로 구성된 국가교육회의는 앞서 보도해 드렸듯 위원 중에 입시전문가나 현직 교사가 한 명도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교육부는 교육정책을 만드는 주무부처입니다.

교육부가 중심이 돼서 교육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야 하는데, 수백 가지의 안만 던져만 놓고 남보고 결정을 하라니요.
책임을 지기 싫다는 걸까요? 이건 '열린 결론'이란 핑계로 업무를 방기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두 해도 아니고 이럴 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뿐이니, 입시제도 개편보다 더 급한 건
교육부를 개편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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