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숨 고르기' 속...中 '개방확대 행보' vs 美 '일단 말 아끼기'

中, '개방 청사진' 제시하며 관영매체 동원 대미 압박 지속
美, 中조치 현미경 검증 후 대중협상 모색…일단 '말아끼기'


중국이 개방의 보폭을 확대하면서 관영 언론을 통해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으라며 압박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오늘(12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향한 '친구' 발언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보아오포럼 개방확대 선언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대화 쪽으로 일단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미중 양국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 주석이 보아오포럼에서 '개방'이라는 단어만 43차례 사용하면서 획기적인 개방조치 의지를 공언, 금융시장 개방과 수입 자동차 관세 인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천명했습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은 12일 자국의 이런 조치가 미국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와 동시에 미국도 행동으로 보이라고 역설했습니다.

11일 중국 금융시장 개방 로드맵을 발표한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위안화 평가절하 방식으로 무역갈등을 해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이제는 미국이 답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미 무역갈등과 관련해 양국 경제 관료 사이에 어떠한 협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은 협상을 위한 어떠한 성의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사평(社評)에서 "중국의 개방 확대 조치가 미국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제 중국의 대외 개방 결심에 화답할지 아니면 무역전쟁을 이어갈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공세를 환영하면서도 일단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보아오포럼 연설 직후인 현지시간으로 10일, 트위터에 "관세와 자동차 (무역) 장벽에 관한 사려 깊은 발언과 지식재산권 및 기술 이전에 대한 그의 깨달음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함께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면 미국 조야에선 시 주석의 대외 개방 조치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미 행정부가 시 주석의 대외 개방 조치에 대한 '검증'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금융시장을 개방한다고 했지만 이미 중국에선 거대 국가소유 은행들이 장악하고 있어 개방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울러 대부분 국가들의 수입 자동차 관세는 3% 선인 것과는 달리 중국은 25%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관련 관세의 소폭 인하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의지도 의심의 대상입니다.

따라서 미 행정부는 중국의 개방확대 조치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나서 다음 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냥 '강공 카드'를 들이댈 수 없기에 중국이 파상공세를 펴더라도 일단 숨고르기를 하면서 최대의 실리 확보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미 행정부는 중국이 보아오포럼을 계기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을 우군으로 확보하고 러시아와도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