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원, "통신비 원가공개하라" 7년만에 확정 판결
입력 2018-04-12 15:47 

휴대전화 요금이 어떻게 매겨지는 지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2011년 참여연대가 "통신 서비스는 국민의 생활 필수재이므로 원가를 밝혀야 한다"며 소송을 낸 지 7년 만이다.
공개대상이 2·3세대(2·3G) 서비스에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그동안 '영업비밀'을 이유로 감춰졌던 통신비 산정 과정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돼야 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에 공개되지 않는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등도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언제든 공개될 수 있어서다. 향후 국민들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통신비 인하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2일 참여연대가 통신 정책 주무부처였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통신요금 원가 산정 근거자료 일부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2005년~2011년 5월 통신비 원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다만 참여연대가 청구한 정보는 주로 2·3세대 서비스 관련으로, 소송 제기 당시 출시되지 않았던 LTE는 해당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동통신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국가의 감독 및 규제 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2011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이동통신사 원가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통신사들의 영업 비밀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거절당하자 이번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참여연대가 공개 청구한 자료를 전부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2심도 "국민의 알 권리는 헌법에 의해 보장되며, 정보공개 요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비공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이통사의 영업보고서 중 인건비나 접대비, 콘텐츠 공급회사와 체결한 계약서의 경우 "영업전략 자체가 공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참여연대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통신사가 LTE 서비스 통신요금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면 다시 공개청구를 하는 등 후속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원가공개가 당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perf****)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서 '통신비에 대해 소비자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 꼭 필요하다. 유럽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알 수 있듯 통신서비스 품질에서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반면 '세계 최고속도의 서비스와 세계 최고 프리미엄 폰들만 쓰면서 무작정 비싸다고 하는 것은 억지'(qorw****)라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했다.
이에 수년간 계속돼 온 통신료 인하 논의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통신비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로 이통 3사의 원가 등이 공개되면 원가보상률을 근거로 가계통신비 인하와 기본료 폐지 등이 힘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규제개혁위원회가 이달 중 고령층 통신비 추가감면, 보편요금제 법안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통사들은 공식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심 영업비밀 공개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며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토록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며 "원가보상율은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공기업이 제공하는 전기·수도·가스 등 요금이 적정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지,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요금과 연계하는 것은 억지"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서동철 기자 / 부장원 기자 / 강인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