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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김정현 "청춘물에 강점? 절실함 통한 듯"
입력 2018-04-12 07:01 
영화 '기억을 만나다'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정현은 '초인'을 만난 게 연기 인생의 행운이라 설명했다. 제공|바른손이앤에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불안한 청춘의 대표주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김정현(29)은 그 자신의 불안했던 청춘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털어놨다.
"배우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기회에 대한 갈망이 있었죠. 기회가 없고 나라는 사람이 보여질 수 있는 공간이나 매체가 없고, 나는 할 수 있는데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은 없다는 강박들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는 다르다는 괴리감이 있었죠. 돈은 필요하지만 꿈도 좇고 싶은, 그 자체가 불안했어요. 내가 꿈꾸는 일 자체가 돈을 못 번다는 것. 그것 자체가 힘들었죠."
김정현은 "카드회사에서 독촉 전화도 받아봤고, 라면도 못 먹을 때도 있었다. 힘든 얘기는 끝도 없다. 우울증도, 상실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항상 감사하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과 호흡하는 배우의 꿈을 안고 연기에 매진한 그의 연기 인생을 바꾼 작품은 2016년 개봉한 영화 초인이다. 김정현은 데뷔 첫 장편영화인 초인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드라마 학교 2017,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으라차차 와이키키까지 잇달아 캐스팅되며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첫 장편작인 초인이 제 불안을 깨줄 것이란 생각은 못 해봤어요. 그 영화를 한다는 것,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고,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했었죠. 그런데 이후 기대도 못 했던 일들이 있어났고 영화제에 가게 됐고, 여러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초인이 정말 고마운 작품이죠."
지난해 말에는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독보적인 행보를 예약한 김정현. 들뜰 법도 하지만 그는 "상을 받았다고 해서 대단해진 건 아니다. 잘 풀리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지금도 잘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는 과정"이라 담담하게 말했다.
영화 기억을 만나다를 비롯해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까지. 청춘물에 강점을 보이는 김정현은 동년배 배우들을 제치고 캐스팅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배우 김정현은 청춘물에 강점을 보인 비결로 '절실함'을 꼽았다.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아마 불쌍해보여서 캐스팅하시지 않았을까요? 하하. 제 생각엔, 절실했던 것 같아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저 또한 그만큼 절실했고, 그런 에너지가 감독님과 맞닿았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거죠. 운이 좋게도 에너지나 코드가 맞아서 그렇게 된 거 아닐까 싶어요."
힘든 과정에도 우직하게 꿈을 좇을 수 있었던 건 열정 이상 무언가 확신이 필요했을 터. 하지만 김정현은 자기 확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했다.
"기본적으로는 강한 확신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생각해요. 그런데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실감이 더 컸죠. 그걸 극복하면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순환이 계속 된 것 같아요. 나는 자신이 있는데,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생각했던 크기 만큼의 상실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반복하면서 하다가 운이 좋게도 초인이라는 작품을 만난 거고요."
김정현은 "사실 자책이 많다. 스스로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는다. 자신감은 있지만 내 스스로에 대해 엄격한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연기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다. 힘든 순간에도 김정현을 연기 외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던 비결이라면 비결이랄까.
"다른 걸 할 수 있는 재주가 없었던 것 같아요. 게을러서 그런 걸 발견하려고 눈을 안 돌린 것도 있었고, 너무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그 욕심 때문에 붙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진취적이고 강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으면 달랐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연기 외에 다른 것을 주로 갖게 할 정도로 연기보다 강한 확신이 드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기억을 만나다를 통한 만남이었던 만큼 인터뷰 말미 김정현에게 물었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의 기억 중 가장 만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건 언제였을까. 김정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빙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음. 2014년 여름, 영화 찍기 전에 아르바이트 할 때 되게 힘들었거든요? 우울증도 있고, 하루에 열몇 시간씩 알바만 하고. 돈은 조금씩 모이는데 하고 싶은 일은 못 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의 나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그 때가 지나, 그 때를 잘 견뎌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만나지 않더라도 잘 견디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드네요.(웃음)"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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