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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순재 “스타 후배들, 과시욕 경계해야…유명할수록 자제력 필요”
입력 2018-04-03 07:01  | 수정 2018-04-03 08:13
이순재가 주연한 영화 `덕구` 스틸컷.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국민 배우 이순재(82)가 배우로서의 책임감, 연기에 대한 여전한 열정과 애정을 드러내는 한편, 후배들을 향해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최근 휴먼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의 개봉을 앞둔 이순재를 만났다.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기자들을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이나, 모든 질문 하나하나에 진솔하면서도 소신 있는 답변을 내놓는 모습 등, 화면을 통해 보여준 모습 그대로였다.
이순재는 이번 영화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것, 최선의 방법으로 손주들을 사랑으로 키우려고 애쓰는 덕구 할배를 맡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로맨틱 헤븐(2011) 이후 오랜만에 극장 관객들과 만난다.
시나리오가 심플하면서도 따뜻하고, 억지 없이 앞뒤가 잘 맞아 떨어져 출연을 결정했다”며 운을 뗀 그는 요즘 보기드믄 정적인 정서도 좋았다. 감동적인 서사, 인물들의 따뜻한 이야기에 끌렸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화제를 모은 ‘노개런티 참여에 대해서는 어차피 내가 많이 달라고 해도 많이 줄 것 같지 않다”며 농을 던지기도. 그는 배우라는 게 목적은 단 하나다. 옛날에는 정말 더 그랬지만 오로지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을 만나는 게 최고의 행운”이라며 요즘에는 두 가지 목적을 두는 것 같다. 개런티 문화가 생기면서 돈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우리 노배우들은 출연료에 있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란 ‘내 자존심 상하지 않게만 대우해줘 정도의 말뿐이다. 물론 나중에 알고나면 자존심이 상하기 일쑤지만(웃음) 과거부터 영화는 빈곤하게 만들었던 게 일상이었고 그런 상황을 잘 알기에 이 작품은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순재는 까마득한 후배들과, 드라마 영화 환경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공| 영화사 `두둥`
또한 요즘 우리가 직면하고 있듯이 고쳐야 할 것이 참 많은 세상이다. 그 중에서도 배우들이 직면한 드라마 제작 환경 역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순재는 국내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가치를 생산하고,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는 요즘, 그럴수록 품질이 정말 중요한데 너무 심각하다. 드라마의 경우 주인공은 매일 매일 밤을 새우고 어떤 배우라도 100%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없는 환경”이라며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즘 현장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는 데 어떤 부분에서는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하지만 분명히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도 있지. 그 경계를 확실히 구분해야 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건 좋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도 중요해요. 그리고 일단 배우는 작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의식을 절대 내려놓으면 안 돼. 아무리 현장에서 불만이 생기고, 고쳐야 할 고질적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정당하게 올바르게 주장하되 현장에 대한 책임의식과 프로의식은 있어야지. 무엇보다 작품 하나를 위해 힘을 합친 많은 동료, 스태프들을 생각해야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현장에서의 배우의 책임감은 구분돼야 해.”
수많은 스타 후배들을 지켜본 그는 요즘 우리 때와는 달리 후배들이 보다 좋은 대우를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참 좋다. 하지만 유명해질수록, 위치가 올라갈수록 스스로를 자제할 수 있는 ‘자제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순재의 연기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 `덕구` 스틸컷.
스스로 최고라는 자부심, 물론 좋지. 자신 있게 험난한 길을 걸어가기 위해선 그런 것도 좋은 동력이 되곤 하니까.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과시가 돼요. 과시는 어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아요. ‘이 정도면 내가 최고야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해지면 그때부터 발전이 힘들고, 나아가 과시가 되면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되거든. 사실 좋은 연기를 펼치는 후배들이 많지만 연기엔 완성이란 게 없잖아. 나 역시 그런 면에서 아직 부족하고 말이지. ‘딱 작품만큼만 하는 배우, ‘작품을 뛰어 넘는 배우, ‘작품만도 못하는 배우 중에 내가 어디에 속하게 될지 스스로 끊임없이 돌아봐야 해요.”
끝으로 그는 이제 우리의 문화예술을 비롯한 인재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어 진심으로 뿌듯하다. 다만 그 명성에 맞게 내실을 더 다지고, 보다 영화계와 방송계에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몸집만 크고 똑같은 영화들이 아닌 새로운 시도들, 보다 완성도가 높은 다양한 작품들을 나 역시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계속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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