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대 남성이 생리대를 만들어 판다고?
입력 2018-03-30 18:06 
'착한 생리대'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지웅 업드림코리아 대표(29)를 지난 28일 서울 성북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제공 = 업드림코리아]

서울 한성대입구역에 내려 10여분을 걷다 보면 새빨간 벽돌집이 나온다. 이 벽돌집 지하엔 동네에서 유명한 변태(?)가 한 명 살고 있다. 때가 되면 근처 마트에서 모든 종류의 생리대를 싹쓸이 한 뒤 뜯어보고 분석하고 심지어 착용해보기까지. 가격이 저렴한 '착한 생리대'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지웅(29) 업드림 코리아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생리대 하나를 사면 그만큼의 생리대를 취약계층 여학생에게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는 6월 제품 출시를 앞둔 이지웅 대표를 지난 28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에서 강아지를 보며 웃음 짓는 이지웅 대표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이 대표는 원래 윈드서핑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13살부터 약 7년간 선수 생활을 하며 고3때는 아시안 챔피언십에도 출전한 바 있는 실력자였다. 그 후 해병대 ROTC로 경북 포항에서 군 생활을 마친 뒤 캄보디아 아이들을 돕는 봉사단체 '딜럽'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생리대 사업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사업 전엔 생리대가 왜 비싸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하루에 한 장 쓰고 마는 휴지 개념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겨울 저소득층 아이들이 생리대 가격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생리대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몇 달 뒤 깔창 생리대 사건까지 터지자 그는 직접 생리대 제품 기획에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생리에 대한 이해였다. 그는 "프로젝트 팀에 계시던 의사·간호사 선생님을 모셔 약 1년 반 정도 배웠다"고 말했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론만 배운 것이 아니라 직접 착용해보기까지 했다. "여성마다 생리 현상은 다르지만 생리대는 모두에게 좋은 만족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그의 농담처럼 생리대 사업은 "네이버에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맨땅에 헤딩하듯 국내 생리대 공장을 수소문해 무작정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국내 공장을 보고 난 뒤에는 전 세계의 생리대 공장을 다 찾아봤다"며 "청결하고 자체 연구실을 가진 공장을 중국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대형 공장의 특성상 초기 발주량이 많아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업드림 코리아의 사업 계획을 좋게 본 공장 대표의 도움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초기 자금 역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맨 처음 시작한 정부 지원금 3000만원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면서 "프로젝트만 보고 투자를 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약 300분이 1억 3000만원 가까이 모아줬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불쑥 찾아오셔서 몇 만원 씩 손에 쥐어 주고 가시는 분들도 많았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이 각자 500원에서 100원씩 모아 3만원을 전달해줬을 땐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중 2017년 8월 생리대 발암물질 사태가 터졌다. 이 대표는 당시를 "저나 팀원들이나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 물질이 무엇이고 얼마나 유해한지,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정확하게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제품 판매를 앞두고 있었지만 제대로 알고 만든 뒤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출시 자체를 백지화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웅 대표 [사진제공 = 업드림코리아]
이 기간 프로젝트는 중대한 변화를 겪기도 했다. 중형 생리대만 기획했던 기존과 달리 팬티라이너와 오버나이트 제품까지 같이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폭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생리대 뿐 아니라 월경과 관련된 여러 용품들도 함께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저희 회사만의 고유한 '가치'를 파는 것"이라며 "이제 스탠바이는 끝났고 출시는 임박했으니,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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