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제유가 고공행진에도 미인도 시추설비 처리 여전히 난항
입력 2018-03-30 15:26 
[사진 제공 = 대우조선해양]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배럴당 60달러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은 여전히 미인도 시추설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로운 해저 유전을 개발할 때 쓰이는 드릴십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시추업체 시드릴로부터 각각 수주한 드릴십 2척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다. 시드릴의 회생계획안을 심사하던 미국 법원은 드릴십 건조 계약 해지를 우선적으로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시드릴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몰취하고 드릴십에 대한 매각권과 시드릴의 신주인수권을 받는다.
문제는 제 값을 받고 드릴십을 매각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1기당 5억달러대였던 드릴십 가격은 최근 3억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유전 개발이 활발하지 않아서다. 드릴십은 해저 유전의 개발 가치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다. 심해에 있는 유전을 시추할 수 있는지 여부로 성능을 가늠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드릴십 시황에 대한 전망은 바닥을 기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56달러(0.9%) 상승한 64.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계속 배럴당 60달러선을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2년여 사이의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종료 시한을 계속 연장해준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합의가 파기될 가능성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올해와 내년 드릴십 발주가 각각 2척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는 2020년에는 4척, 2021년에는 9척으로 회복되지만 지난 2006~2016년 해마다 10척 넘게 발주되던 것과 비교하면 회복세가 미약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운용되고 있는 드릴십도 시추 수요 대비 포화 상태라며 추가 수요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 일정이 여러 차례 연기됐고, 이 과정에서 충당금을 쌓지 않은 드릴십 프로젝트가 향후 조선업체들의 손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우조선은 앳우드 오셔닉으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의 인도기일을 지난 2015~2016년에서 오는 2019~2020년으로 미루면서도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도 오션리그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의 인도기일을 각각 오는 6월과 내년 1월로 미뤘지만 현재 이에 대해 쌓인 충당금은 없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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