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3월 29일 뉴스초점-'춘추필법'은 커녕
입력 2018-03-29 20:08  | 수정 2018-03-29 20:37
'춘추필법', 공자가 엮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 경서 '춘추'가 객관적 사실만을 바탕으로 엄정하게 역사를 평가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고려의 유학자 김부식은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마지막에 '편찬자는 논평하여 말한다'고 썼죠. 객관적 사실이 아닌 본인의 의견을 구별해 쓴 것으로, 위정자의 말 한마디로 백성이 혼란에 빠질까 경계한 겁니다.

현재로 돌아와서, 국회의 각 정당은 갖가지 사안마다 자기 당의 입장을 대표하는 논평을 냅니다. 그런데 가장 정제된 언어를 써야 할 각 당의 논평이 막말 경연장이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제1야당의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미친개' 논평에 대해 결국 사과했습니다. 경찰이 같은 당 소속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혐의로 시청을 압수수색한 걸 비판한 건데, 경찰의 반발이 거세고 여론까지 등을 돌리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던 거죠.

'곰팡내 나는 분들만 골라 분리수거해줬다'.
이런 논평도 있었죠. 당적을 옮겼다는 이유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솥밥을 먹은 동료를 '곰팡이'에 비유했던 겁니다.

'막말', 일시적이라도 지지층을 결집하거나 열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는 효과도 있으니, 거부하기 힘든 유혹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폭주하는 막말 공세에 감동하는 게 아니라, 이미 지치고 지겨워한다는 걸 아십니까.

정치인은 국민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정치인들의 막말 잔치가 자기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걸, 왜 정작 본인들만은 모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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