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인터뷰
입력 2018-03-29 17:43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대한한의사협회가 문재인 케어를 전폭 지지하며 대한의사협회와 대립각을 세웠다. 협회는 국민 건강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라면 약사·간호사 단체와 연대해 의료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데에도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계획과 협회장으로서의 비전을 밝혔다. 최 회장은 간담회 내내 "약자가 기득권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편에 서는 것뿐이라고 믿는다. 의료 일원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기득권이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를 지칭한다. 대한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는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과 첩약 건강보험 적용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도 불사하며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모든 것이 의사 독점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인데, 이는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주장은 여론에 밀려 서서히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가 적극 반대하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최 회장은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은 한의사는 X레이 CT, MRI 같은 의료기기를 활용해 진단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보건복지부령 의료기기 안전관리자에 의사, 치과의사, 치위생사, 이공계 석사 소지자 등이 명시되어 있는데 한의사만 빠져 있다"며 "의료기관 개설자인 한의사를 포함시켜야 한다. 대만 중국 일본 등에서는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첩약 건보적용과 관련해서도 의협의 주장이 편향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한약재는 국가가 HGMP 인증으로 안전성을 보장하고 약의 효과는 약사가 약을 조제하는 것처럼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위임된 것"이라며 "이미 다 표준화되어 있고 안전성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 건강을 위해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기존 의료인력의 영역을 효율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의협을 압박했다. 언제든 동네 병원에서 의사를 만날 수 있지만, 한국은 통계상 의사가 부족한 나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가 2017 OECD 건강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2명으로 OECD 평균인 3.4명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를 맞추려면 지금보다 의사 수를 50%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활동의사수 증가율이 OECD 3배에 달해 2025년이면 평균수준이 되고 의사인력이 과잉공급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의협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결국 의사 숫자를 늘리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 협회는 벽을 세우고 영역을 쪼개는 데에 골몰하지 말고 우리사회에 편익이 큰 쪽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영역 구분이 애매한 '그레이존'부터 의료 인력이 협업하도록 합의하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긍정적인 비전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그는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1970년생인 그는 1994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1999년 함소아 한의원을 개원했다. 10년간 진료를 한 후 2009년에는 함소아 제약을 설립해 경영자로 변신했고 2010년 로스쿨에 진학해 회장 당선 전까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최 회장은 "정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의학이 한국에서만 홀대당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며 "국가 중점 질환인 치매와 난임, 장애인 건강관리 등 한의학과 한의약이 국민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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