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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공황장애’ 이겨낸 김태완 “야구가 재미있다”
입력 2018-03-29 13:04  | 수정 2018-03-29 15:17
넥센 김태완은 2년간 힘겨웠던 터널을 벗어나 야구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지난 24일 프로야구 개막 5경기에서 8개의 홈런이 터졌다. 고졸 신인 강백호(kt)는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을 쳤으며 로하스(kt)는 시즌 첫 멀티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주목 받은 이름은 또 하나 있다.
김태완(넥센), 박병호 복귀와 함께 거포군단으로 다시 변신 중인 넥센의 1호 홈런을 장식했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잊어가던 김태완의 이름이 회자됐다.
언제부턴가 그라운드에서 잘 보기 힘들었던 김태완이었다. 그러나 그는 야구 배트를 놓지 않았다. 어디서 어떻게 하든 야구를 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늘 좋을 수만은 없다. 김태완은 25일 고척 한화전과 27일 고척 LG전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28일 경기에는 결장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잘 하든 못 하든 넥센에서 새롭게 야구인생을 설계하는 김태완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요즘 정말 행복하다. 성격도 밝아졌다. 원래 김태완의 모습이다.
김태완이 다시 야구를 한다는 게 ‘기적일 지도 모른다. 그가 갇혀있던 터널은 너무 어두웠고 너무 깊었다.
-넥센 입단 후 만났을 때도 상당히 밝은 표정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넥센 생활이 즐거운가.

정말 재미있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한화에 있을 때 많이 답답했다. 할 수 있는데 기회가 없었다. 경기를 너무 뛰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넥센 이적 후 비록 2군일지라도 경기에 나가는 게 좋았다. 이번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통해 자신감도 얻었다. 내가 하는 게 틀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넥센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이다. 선수단 호흡이 정말 좋다. 경기를 안 나가도 함께 호흡한다는 걸 느낀다. 존중 받으면서 편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경쟁마저 기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6경기만 뛰었다.
좋다. 프로는 경쟁이 당연하다. 넥센에 오기 전 난 그런 게 없었다(2015년과 2016년 총 46경기 출전했다). 경기를 뛸 수도 못 뛸 수도 있다. 또한,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마음껏 해보니 받아들이기 편하다. 물론, 누구든지 1군에서 뛰고 싶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그냥 정말 야구하고 싶었다. 1,2군 무대는 상관없었다. 중요하지 않다.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넥센에 오기 전 얼마나 힘들었던 것인가.
야구를 그만두자는 생각도 많이 했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은퇴할 생각도 있었다. 안 되는데 억지로 계속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힘들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성격도 바뀌더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공황장애까지 겪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6개월간 집에만 있었다.
-그럼에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해가 바뀌어 2016년이 됐다. 약을 먹으니 조금씩 활동이 가능해졌다. 문득 이대로 야구를 그만두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적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대타 출전이 많았으나 타율(0.350)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에 뛸 기회가 적었다. 어떤 선택이 좋은 건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크게 아픈 뒤 더 이상 돈이 중요하지 않더라. 내 야구를 하고 싶은 대로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넥센 김태완은 야구장에서 동료와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지금은 괜찮은가.
2년간 복용하던 약도 이제는 먹지 않는다. 넥센의 홈구장이 돔구장이라 처음에는 좀 힘들었지만 차차 괜찮아졌다. 지금은 비행기 탑승할 때가 조금 힘들 따름이다. 주변에서 ‘넥센 이적 후 많이 밝아졌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난 원래 성격이 밝은 선수였다. 그 동안 너무 어두워졌던 것이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개막전을 선발로 나갔다.
평소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난겨울에는 여행도 가지 않았다. 쉬지 않고 몸을 만들었다. 내가 정말 준비를 잘 하면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준비해 기회를 얻었다.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다. 꼭 보답해 팀 승리에 이바지하고 싶었다.
-멋진 홈런을 날렸다.
그날 가족을 고척돔으로 초대했다. 곁에서 힘들어하는 걸 보고 안쓰러워했던 가족이다. 그러나 한 동안 야구장에 초대하기 힘들었다. 가족 앞에서 뛰는 게 참 오랜만이었는데, 홈런을 치는 걸 보여줘 기뻤다.
-고척돔 첫 홈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 홈런을 홈팬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해에는 홈런 4개를 대전, 수원, 부산, 창원 등 원정경기에서 기록했다. 그래서 ‘내년(2018년)에는 홈구장에서 많이 치자고 마음먹었는데, 시즌 첫 경기부터 보여드려 기쁘다.
-김태완의 홈런 후 넥센은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전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스스로 느끼기에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이후에는 또 좋지 않았다. 내가 타석에 설 때 상대하는 투수나 주어진 상황이 다 다르다. 오랫동안 경기를 많이 못 뛰어 상대하지 못한 투수가 많더라. 앞으로 자주 맞붙게 되면 좀 더 자신감이 들 것 같다.
-팬은 김태완을 잊지 않았다.
정말 감사한 부분이다. 오랫동안 뛰지 못했지만 알아봐 주는 팬이 있다. 한화에서 더 많은 걸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한화만 만나면 잘 한다는 말도 들었다. 솔직히 가장 듣기 싫은 말이다. 한화전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어느 팀을 만나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넥센에 왔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장정석 감독은 올해 김태완의 활용 폭을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떤 포지션을 맡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야구장에서 동료와 함께 호흡한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경쟁도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가 팀에 필요하다. 맡은 역할이 있다. 어떤 상황이든 투입돼 내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향후 넥센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아마 넥센 팬 중 나를 잘 모르는 분도 많을 것이다. 올해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이런 선수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난 타석에 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한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린 적도 있지만 다 잊고 지금 잘 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이 선수가 원래 잘 치던 선수였구나 ‘잘 할 수 있던 선수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묻겠다. 지금 야구가 재미있는가.
한때 너무 아프고 힘들어 그만두려고 했던 야구다. 지금은 정말 재미있다. 결과가 안 좋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김태완
1984년 1월 27일생
189cm 105kg
양목초-신월중-중앙고-성균관대-한화
2002년 한화 신인 2차 8라운드 60순위(2006년 입단)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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