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월 10만 원 때문에"…흥인지문, 방화 위험에 노출
입력 2018-03-27 19:30  | 수정 2018-03-27 20:22
【 앵커멘트 】
우리나라 보물 1호인 흥인지문, 즉 동대문이 얼마 전 방화 때문에 잿더미가 될 뻔한 일이 발생했는데요.
알고 보니, 월 10만 원이 아까워 문화재를 지켜야 할 침입경보시스템을 제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권용범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9일 새벽, 흥인지문 한구석에 작은 불길이 일었습니다.

한 남성이 담을 넘어 방화를 시도했고, 경비원들은 불이 난 뒤에야 이를 알아챘습니다.

경비원들이 CCTV를 통해 24시간 감시하고 있지만, 정작 외부 침입을 알리는 경보시스템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흥인지문 경비원
- "(CCTV를) 하나만 보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밤에 와서 봐봐. 안 보여."

경보시스템은 지난 2014년까지 운영됐지만, 대기업의 도움이 끊기자 종로구청이 월 10만 원의 경비가 아깝다고 철거해 버렸습니다.


지난 2008년 화마에 휩싸였던 숭례문은 흥인지문과는 전혀 다른 경비를 받고 있습니다.

▶ 스탠딩 : 권용범 / 기자
- "현재 국보 1호 숭례문은 나라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데, 흥인지문과 달리 침입경보시스템이 연동된 CCTV로 외부인의 침입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경보시스템 설치 논란이 일자 종로구청은 문화재청이 요구한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발뺌합니다.

▶ 인터뷰 : 종로구청 관계자
- "의무사항이라고 그랬으면 예산을 어떻게든 잡아서 계속 유지를 했겠죠. 우리 입장에선 그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문화재청 역시 책임을 맡고 있는 종로구청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황평우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휘발성 물질을 던져서 태웠다 그러면 완전히 다 탔다고 봐야 합니다. 4~5분이면. 경비인력 투여한 거는 무용지물이 되는 거죠."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이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보물 1호 흥인지문은 오늘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MBN뉴스 권용범입니다.
[ dragontiger@mbn.co.kr ]

영상취재 : 임채웅·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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