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핀테크 등에 업은 저축銀, 수신 50조 돌파
입력 2018-03-27 17:13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세연 씨(27)는 최근 적금 만기 후 손에 쥔 비상금용 목돈 2000만원을 부산의 저축은행 6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맡겼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서울지역 저축은행에도 연 1.8% 상품이 있지만 저축은행이 연 최고 2.0%로 이자율이 가장 높았다. 부산의 영업점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저축은행중앙회 모바일 앱에서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축은행 예금이 높은 금리 경쟁력과 핀테크를 접목한 간편 가입 덕분에 수신액 50조원을 돌파하며 부활을 알리고 있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79개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51조52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50조원을 넘긴 뒤 지속적인 상승세다. 저축은행업계 수신액은 2010년 76조7926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은 이후 한동안 내리막을 걸었다. 2011년 부실 대출로 저축은행이 집단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고객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수신액 32조3871억원, 여신액 30조28억원으로 이용자 수가 뚝 떨어졌다. 하지만 부실 저축은행들의 구조조정과 파산 이후 살아남은 업권의 자정 노력도 이어져 수신액이 점차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업계 자산 규모 2위인 OK저축은행(대표 정길호)은 지난 19일 기준 한 지점의 수신액이 5000억원을 넘겨 눈길을 끌었다. OK저축은행 측은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한 저축은행 지점의 수신액이 5000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수신 규모 확대는 저축은행업계가 핀테크를 접목해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축은행은 지역의 중소기업·서민을 상대로 관계형 금융을 지향하기 때문에 당국에서 인가받은 지역 안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2016년 12월 첫선을 보인 저축은행중앙회의 비대면 계좌 개설 모바일 앱 'SB톡톡'은 신분증 사진 촬영과 타행 계좌 확인, 휴대폰 인증 등으로 실명 확인을 거쳐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타 지역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 지역적 장벽이 사라진 것이다. 앱에서는 전국 저축은행 상품을 금리·지역 등에 따라 한번에 비교할 수도 있다.

실제로 SB톡톡을 통한 비대면 계좌 개설 수는 최근 10만건을 넘어섰다. 전체 계좌 수는 26일 기준 11만69건, 수신 잔액은 1조255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정기예금이 1조1557억원(4만2434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3월 말 총 1만534건, 1227억여 원이던 것에 비하면 잔액 기준으로 약 10배 늘었다. 이 밖에 SBI·OK·웰컴 등 규모가 큰 저축은행은 자체 모바일 앱을 통해 비대면 계좌 개설 채널을 열어뒀다.
저축은행의 높은 금리 경쟁력도 고객들에게는 매력으로 꼽힌다. 6년 넘게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에 예금 수요가 몰린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47%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전국 16개 은행(인터넷 전문은행 제외) 평균 금리 1.71%보다 약 0.76%포인트 높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는 현재 1년 만기 기준 연 2.2% 금리를 제공한다. 또 저축은행별로 원리금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 대상인 점도 고객들이 거리낌 없이 저축은행 예금 상품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덧씌워졌던 고위험·부실 이미지도 많이 개선됐다"고 평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수신액 증가와 맞물려 대출 자산 규모도 늘리고 있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예금자 보호 범위 5000만원을 초과해 예치한 예금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8조6000억원(약 17%)에 달해 이용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서정석 예금보험공사 저축은행관리부 경영분석팀장은 "저축은행들이 예금을 늘려 단기간 내에 대출·채권을 공격적으로 운용하면 부실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며 "올해 상반기 중 5000만원 초과 예금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을 선정해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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