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한국 기업과 250억달러 석유·가스 협력 추진"

아랍에미리트(UAE)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방문을 계기로 삼성, SK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과 석유·가스·정유 분야에서 총 250억달러(약 26조원) 규모 신규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UAE 칼리파항·후자이라항에 대한 항만 개발과 산업지대 조성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약속했다. UAE는 형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에 한국의 수주를 적극 지원하면서 공동참여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국·UAE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제 3국에 공동진출하고 농업분야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하고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발전을 합의하면서 미래 지향적 성장동력을 함께 만들어가기로 했다. 이어 칼둔 알 무바락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술탄 알 자베르 국무장관 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사장 등 주요 UAE 각료들이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의 각별한 지시에 따라 이같은 실질 경제협력방안을 공식 언급했다.
우선 UAE는 석유·화학·정유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UAE와 약 210억달러 규모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에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을 계기로 SK가 후자이라 지역 석유 저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삼성과 35억 달러 규모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규모는 250억 달러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UAE가 구체적인 사업에 삼성과 SK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해말 대통령 특사로서 UAE를 다녀갔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별도로 만나 사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또 UAE는 "올해 중 새로운 아부다비 유전 탐사·개발 프로젝트에 소수 기업들만 초청할 계획인데, 모하메드 왕세제가 한국 기업들을 꼭 초청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ADNOC이 5월 중에 개최하는 정유·석유화학 컨퍼런스에도 한국 기업들을 초대해서 많은 계약을 체결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UAE 항만개발에도 한국 기업에게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UAE는 칼리파항의 물동량을 두 배 이상 늘리려고 20억달러 이상 추가로 투자하는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했다. 후자이라항 배후지역 개발사업도 한국 기업과 논의하고 있고, UAE는 한국기업들만을 위한 산업지대 구상도 내놨다.
UAE는 앞으로 한국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진출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조속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UAE는 '한국과 함께 추진 중인 바라카 원전사업이 우수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이기에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모델이고, 한국만한 기술협력 파트너는 없다'는 입장을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또 한국전력과 UAE 원자력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제 3국 원전진출을 위한 수주, 투자 등에서 구체적으로 협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부다비 정부에서 100% 출자한 미래에너지공사인 마스다르가 중동·아프리카·태평양 지역 진출을 추진하는 가운데 UAE는 한국기업들과 신재생에너지분야 공동투자전략을 수립하면서 함께 하기를 기대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지난 25일 문 대통령과의 공식 오찬에서 단순히 식량안보 측면이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 농업분야 생산성을 늘리는 방안을 한국과 협의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국의 온실과 같이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술들을 통해 사막 곳곳에서도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양국 부처간 세부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UAE는 일방 수출이 아닌 경제협력과 기술을 공유하고 제 3국 공동진출에 적극 협력하는 상생관계를 지향한다"며 "UAE는 한국을 100년 지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석유·산업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UAE 입장에서 한국은 최적의 동반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원년에 이뤄진 UAE 방문과 그간의 특사 교환은 지난 3년간의 정상외교 공백에 따른 UAE측 의구심과 불안감도 해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 건설과 맞물려 맺은 비공개 군사협력 이행 등) 국방협력 논란도 오히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아부다비(UAE) = 강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