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R&D 확 늘리고도 최대실적…괴력 삼총사
입력 2018-03-26 17:36 
시총 상위 20곳 R&D투자 1년새 3조↑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삼성SDS처럼 연구개발(R&D)비를 늘리면서도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상장사들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예고에다 차바이오텍으로 대표되는 바이오 기업들의 R&D 비용 처리 문제가 불거지며 주요 상장사 주가가 조정받고 있지만 이들 '삼총사' 주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가 조정기에 실적 개선과 함께 미래 성장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종목들이 상대적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6일 매일경제신문이 이달 연결기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R&D 비용을 표시한 20곳을 분석해보니 이들의 작년 기준 R&D 비용 합계는 28조899억원에 달했다. 2016년(25조1574억원)보다 2조9325억원 증가했다. 작년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상장사들이 R&D 투자도 1년 새 3조원 가까이 늘린 셈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반도체와 화학 중심으로 R&D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년 새 R&D 투자를 2조108억원이나 늘렸고 SK하이닉스도 3903억원 더 썼다. 같은 기간 LG화학(1921억원), SK이노베이션(1457억원), 네이버(1206억원)도 R&D 투자를 1000억원 이상 늘린 상장사로 이름을 올렸다.

주요 상장사들은 R&D를 판매관리비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 비용이 늘어날수록 전체 영업이익은 줄어든다. 업종에 따라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R&D 투자는 자산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해당 상장사는 단기적으로 실적이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당분간 수익보다는 비용이 많은 일부 바이오 업체가 R&D를 적극적으로 자산 처리하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바이오 상장사들은 회계상 적극적으로 수익 인식을 할 수밖에 없다"며 "R&D의 상업화 가능성은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회계 처리가 자유로운데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과도하게 자산으로 인식할 경우 분식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R&D 투자는 기업 규모와 업종, 실적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실제 증가 여부는 매출액 대비 비중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는 R&D 투자비 자체는 늘었지만 연간 매출 대비 R&D 비중이 1년 새 7.3%에서 7%로 되레 후퇴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2.2%에서 8.3%로 수치가 낮아졌다. R&D 투자비 증가율보다 매출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9곳 중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주가가 상승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1% 하락했다. 하락장에서 주가를 높인 이들 삼총사는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노리는 곳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 곳 중 삼성SDS는 최고 주가 수익률(22.5%)을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R&D 투자를 115억원 늘렸고 매출 대비 비중도 0.77%에서 0.8%로 증가했다. 물류와 정보기술(IT) 사업을 주로 펼치는 삼성SDS는 최근 IT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드와 스마트팩토리(공장 효율화 작업), 빅데이터 분석 등 기업용 솔루션에 대한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R&D 투자에 다소 박했던 롯데케미칼이 작년에 투자를 늘린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2016년 0.5%였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는 작년에 0.6%로 올라섰다. 이 같은 투자의 힘으로 롯데케미칼 주가는 올 들어 16.8% 올랐다. 주요 화학 제품의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3조원 넘는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작년 3조2344억원이라는 최고 실적을 또다시 뛰어넘을 기세다. 정유 화학을 아우르는 국내 에너지 업종 '넘버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에 R&D 투자 비용을 2016년보다 2배가량 늘리며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최근 R&D 역량을 기존 정유 사업보다 화학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에 화학 등 비정유 사업에 각종 설비 투자까지 포함하면 3조원을 쏟아부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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