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G2 으르렁대도…나홀로 간다, 베트남펀드
입력 2018-03-26 17:35  | 수정 2018-03-26 21:48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글로벌 긴축 움직임 확대와 미·중 간 무역전쟁 조짐에도 베트남 펀드가 나 홀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신흥국 펀드 랠리를 함께 이끌며 주목받았던 '러브 펀드(러시아 브라질 펀드)'가 최근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간 반면 베트남 펀드는 기업들의 확연한 실적 증가세에 힘입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VN지수는 지난 22일 2007년 이후 최고치(1172.36)를 기록했고, 무역전쟁 본격화 이후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빠르게 낙폭을 만회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사로잡고 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베트남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6.72%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 결정으로 G2 간 무역 전운이 글로벌 증시를 휘감았던 최근 1주일을 기준으로도 2.59%의 수익률을 올려 흔들림 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은 다른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시점에서 보인 성과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0.05%였지만 최근 1주일간은 -0.67%로 하락 반전했다. 연초 이후 베트남 펀드와 함께 주목받았던 브라질 펀드(-1.11%), 러시아 펀드(-0.5%)마저 같은 기간 수익률이 고꾸라졌다.

개별 상품으로는 미래에셋베트남 펀드가 1개월을 기준으로 7.63%의 수익률을 올려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와 한국투자연금베트남그로스, 유리베트남알파 펀드 역시 6%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냈다. 이들 상품은 연초를 기준으로도 15%, 1년을 기준으로는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해 꾸준한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월등한 수익률과 함께 투자금 유입 역시 꾸준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다른 해외 펀드와 온도 차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로 순유입된 1조원 중 베트남 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40%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 6개월간 3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밀려들어왔던 중국 펀드가 1개월 동안 8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출돼 환매세가 도드라진 반면, 베트남 펀드에는 같은 기간 700억원이 순유입돼 식지 않은 투자 열기를 과시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최근 1주일 동안에도 베트남 펀드에는 25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기업들의 확연한 실적 상승세가 베트남 증시를 추가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 20개 대형주의 순이익이 지난해 평균 31.8%에 증가한 데 이어 올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견조한 펀더멘털과 함께 경제성장률 역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7%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베트남 증시가 2007년 1100 고지에 오른 뒤 235까지 급락했던 경험을 들어 버블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2년간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할 정도로 랠리를 이어온 증시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소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요 신흥국 시장과 대비해 베트남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베트남 증시가 2007년 이후 11년래 최고치에 도달해 있지만 당시 40배가 넘었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는 20배가 안 돼 동남아 시장의 평균 수준"이라며 "최근 2년 동안 주가가 2배 이상 뛰었지만 그동안 워낙 저평가돼 있다 보니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오히려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이 갖는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 팀장은 "베트남은 생산기지로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베트남으로서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