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알보젠코리아, 정기 주주총회 연기…개미 투자자 `분기탱천`
입력 2018-03-26 15:22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알보젠코리아의 정기 주주총회 연기됐다. 지난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마찰을 빚어온 이후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소액주주 측은 외국계 자본의 '먹튀' 행태를 비판하며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및 경영진 배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보젠코리아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의 의사진행상 문제로 인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못했기에 추후 다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며 "연기된 정기주주총회의 일자 및 장소는 미정이며 추후 확정되는대로 관련된 공시를 다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알보젠코리아의 제62기 정기 주총은 지난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사측의 자사주 매입 방식에 소액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지연됐다. 이후 회사 측은 서너번 가량 주총 개회를 시도했지만 일부에서 물리적 충돌 사태가 빚어지면서 밤 10시께 결국 무산됐다.
소액주주들의 입장은 이렇다. 알보젠코리아가 자진 상폐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 대주주의 자금(자기자본)이 아닌 회사의 이익잉여금으로만 지분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계 대주주만 배를 불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소액주주 측은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개매수가액도 소액주주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알보젠코리아는 자진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가액을 주당 2만9000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통상 상장폐지 공개매수가액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직전 1년 최고주가(4만1650원) 보다 높게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공개매수가는 지나치게 낮다는 설명이다. 소액주주 측은 "주주 공동의 재산인 이익잉여금을 이용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으로 소액주주를 내쫓고 외국인 대주주만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배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이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최소의 투입금으로 최대의 수익을 내기 위해 국내 개미투자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소액주주는 장영희 대표, 진성호 상무 등 현 경영진 배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도 사측은 거짓으로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설명이다. 실제 한 소액주주는 "작년 주총 때 분명 '자진 상폐는 없다'고 장영희 대표이사가 말했음에도 바로 일주일 뒤에 자진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 공시가 나왔다"면서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거짓말을 한 셈"이라고 일갈했다. 한 달 전에 안건을 의결해 상정하고 이사회에 통보하는 이사회 결의 절차 상 주총이 진행될 당시에는 장 대표가 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액주주들이 더욱 뿔이 난것은 지난 5년간 회사 측이 단 한번의 배당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익잉여금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할 바에는 차라리 그 돈으로 배당을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는 목소리다. 소액주주 측은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려면 그 방식에 있어 소액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서 "소액주주와 소통을 막은 진성호 이사의 해임도 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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