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몸집을 키워 다양한 사업에 진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올해 계획을 이행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구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1조9920억원에서 2조6900억원으로 훌쩍 커진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가 업계에서 예상한 3조원까지 늘어나진 못했지만, 대형 IB로 한발짝 나아갔다는 의미가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몸집 키우기'는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됐다. 업계가 브로커리지 부문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IB나 WM 같은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자, 하나금융투자도 발맞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2018년도 업무보고를 위한 회의에서 하나금융투자의 증자를 논의한 바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지난해 기준 업계 평균이 5.7%보다 높은 6.3%를 기록하면서, 부담도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
10년만에 진행한 이번 유증의 핵심은 IB 부문에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IB를 중심으로 비은행 부문을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80% 이상으로, 다른 금융사들이 60~70% 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나금융투자의 지난해 IB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 증가한 942억원을 기록하면서 중요한 먹거리로 떠오른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조달한 자금을 총알 삼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자금 조달을 통해 3조원 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이름을 올리면,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와 기업신용공여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이면 단기금융업에 나설 수 있고, 8조원 규모로 덩치를 키우면 종합투자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규모에 따라 신사업 범위가 정해져 업계의 자본 확보와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초대형 IB 자격을 갖춘 증권사는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7조3320억원), NH투자증권(4조8230억원), 삼성증권(4조3410억원), 한국투자증권(4조2700억원), KB증권(4조2320억원) 등이다. 메리츠종금증권(3억2240억원), 신한금융투자(3조2110억원), 하나금융투자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증권사 대형화를 위해 자본 규모에 따라 업무 범위를 차등 적용하면서 최근 2년간 증권사 인수합병, 유상증자가 활발하게 진행됐다"며 "하나금융투자의 증자도 필요했던 수순이며, 이후 자본 규모와 수익에 따라 추가적 증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