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따라 출렁…불안한 증시
입력 2018-03-25 18:26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가시화에 따라 코스피가 지난주 역대급 충격을 받았다.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또다시 2% 안팎 추가 하락함에 따라 이번주 국내 증시에 '2차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주 2416.76까지 내려앉은 코스피는 3주 만에 다시 2400선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스피의 일일 하락폭(79.26포인트)은 1987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15번째로 컸다.
증권업계에선 지난주 글로벌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은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먼저 지난주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FOMC가 끝난 지 하루 만에 무역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상호 보복 조치가 이뤄지자 주가 급락에 결정적 방아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대표 기술주인 페이스북 주가가 한 주간 14%나 급락했다. 나스닥지수의 단기 낙폭이 다우지수보다 컸던 배경이다. 글로벌 증시는 이 같은 '삼중 악재'를 덮을 만한 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는 6월 FOMC 때까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지만 G2(미·중)발 무역전쟁은 심해질 가능성이 대두됐다"며 "향후 미국 통상 정책과 관련된 소음은 과거 북핵 리스크와 같이 시장에 상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무역전쟁과 관련해 시장의 민감도가 낮아질 경우 새로운 이슈가 불거질 때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더라도 회복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이제 시장 시선은 국내 상장사의 1분기 실적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완화될 경우 반도체, 화학, 에너지 등 실적 개선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1분기 기업 실적으로 관심이 전환될 시점"이라며 "연초부터 하향 조정된 실적 컨센서스가 지금은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고,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간 '동조화(커플링)'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증시가 급등락할 때마다 한국 증시도 후폭풍에 휘말리는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최대 60일간 협상 여지를 남겨둔 상태라는 점은 무역 분쟁 리스크가 두 달간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올해 들어 800선 이상을 고수하며 꿋꿋하게 버텼던 코스닥지수는 또 다른 이유로 불안감이 커졌다.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한 신라젠, 네이처셀, 차바이오텍 등 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돌발 악재에 부딪히면서 투자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당분간 약세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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