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계대출 잡는 DSR…26일부터 시행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A씨는 최근 은행에서 대출상담 도중 더 이상 돈을 빌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의 연소득은 5000만원인데, 이미 △주택담보대출 5억원(10년 만기, 연 이자율 3.4%) △비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 2억원(3년 만기, 이자율 4%) △마이너스 통장 3000만원(이자율 5%) △자동차 할부금 2000만원(3년 만기, 이자율 4.5%) 대출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은행에선 "기존에는 대출한도를 정할 때 A씨의 주담대 원리금만을 기준으로 했지만 새로 도입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은 모든 대출액을 기준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A씨의 경우 연간 대출 원리금이 1억586만원으로, 연 소득의 2배를 훌쩍 넘어 기존 대출을 갚지 않으면 추가 대출을 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계부채 증가속도 완화와 부동산 투기과열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만들어진 DSR 제도가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25일 은행연합회(회장 김태영)는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DSR를 도입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등을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DSR는 우선 6개월간 시범 적용하고 올해 10월부터 금융당국의 지도 아래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범기간 동안 각 은행은 자율적으로 DSR 기준을 정한다. 먼저 주요 은행은 모두 DSR 100%를 고(高)DSR로 분류해 모니터링 등 별도 관리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신청고객에게 DSR 150%, 담보대출 신청고객에게 200% 기준을 적용하고, 이 비율을 초과하면 대출을 거절하기로 했다. 연간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각각 1.5배 또는 2배가 넘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KEB하나은행은 신용대출의 경우 DSR 150%를 초과하면서 신용평가사(CB) 등급이 8등급 이하면 원칙적으로 대출을 거절한다.

신한은행은 상품과 CB 등급에 따라 신용대출은 최고 DSR 150%, 담보대출은 DSR 200%를 넘기면 본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NH농협은행은 신용대출 및 부동산 외 담보대출에 DSR 100%, 부동산 담보대출에 DSR 150%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7등급 이하 신청자에게는 정밀심사를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더 깐깐하다. 신용대출 고객이 CB 4등급 아래면 본부 심사를 거치거나(DSR 100~150%) 대출을 거절(DSR 150% 초과)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DSR 규제로 일반적인 월급생활자 등이 당장 큰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 소득의 1.5~2배를 넘을 정도로 빚을 많이 진 사람이 더 빚을 내겠다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럴 경우엔 이미 신용등급이 나빠 대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DSR는 모든 대출을 막자는 게 아니라 투기성 자금을 차단하자는 것이어서 '대출절벽' 등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민과 실수요자가 불합리하게 대출을 거부당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서민금융상품, 소액 신용대출, 취약차주 채무조정상품 등은 DSR 산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26일부터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시행된다. 가계대출 규제 이후 풍선효과로 나타난 자영업자 대출 폭증세를 잡기 위해서다. 1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선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참고지표로 활용한다. 또 개인사업자대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임대업자의 신규 대출도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 150%(비주택), 125%(주택임대) 이상일 때만 가능하도록 규제한다.
■ <용어 설명>
▷ DSR : 신규 및 기존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주담대·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받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DSR 산정 기준 부채에는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 학자금대출, 할부금, 마이너스통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김동은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