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호황 삼두마차` 거느린 SK, 잘 달리네
입력 2018-03-25 17:16  | 수정 2018-03-25 19:26
자회사호황 1년새 주가 30%↑
SK의 자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이 미국에서만 1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SK가 국내 지주사 중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하고 있다.
바이오 에너지 반도체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호조로 올해 지분법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원개발 등 자체 사업까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6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전년도 대비 배당성향을 4%포인트 높이는 등 주주환원 정책까지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3배로 나타났다. PBR가 1배 이상이라는 것은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SK의 PBR는 CJ(1.01배)는 물론 두산(0.93배), LG(0.87배), GS(0.71배) 등 다른 지주사보다 높은 수치다.

주식시장에서 SK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자회사들의 높은 성장성 덕분이다. 특히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신약의 가치가 SK의 몸값도 크게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올 상반기 중 임상 3상을 마치고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NDA) 신청을 앞두고 있다.
오는 4월 열리는 미국신경질환학회(AAN)에서 SK바이오팜은 이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 경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신약은 난치성 질환에 적용하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효과가 분명하다면 마케팅 채널이나 영업인력 없이도 상업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뇌전증 치료제 시장 1위 제품인 다국적사 UCB제약의 '빔팻'이 연간 매출 1조원대를 기록해 비슷한 수준의 매출이 기대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시장에서만 1조원대 매출이 가능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라며 "현재 주가에 SK바이오팜 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바이오팜이 상장하게 되면 SK는 현재보다 몇 배 이상의 가치평가 여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에 맞춰 이르면 올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의 또 다른 자회사 SK바이오텍은 지난 1월 미국에 마케팅법인 'SK바이오텍 USA'를 설립한 데 이어 유럽에선 아일랜드 공장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또 국내에선 세종 신공장을 포함해 32만ℓ 규모의 생산설비를 2020년까지 80만ℓ로 늘리기로 하는 등 글로벌 바이오 위탁생산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또 다른 알짜 자회사 SK E&S는 작년에 35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SK의 지분법 이익에 기여했다. 한발 앞선 투자 덕분에 이 업체가 운영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 1분기 SK E&S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소재 기업이자 SK가 지분 49.1%를 들고 있는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NF3) 수출액이 작년 12월부터 반등하고 평균 단가도 상승하는 호재를 누리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인 SK실트론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작년 영업익이 전년 대비 30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실적 턴어라운드를 지속하고 있다.
SK는 이들 자회사 효과와 별도로 자원개발 등 자체 사업에서도 수익을 거두며 다른 지주사와 차별성을 갖는다.
작년 10월 미국 셰일가스 기업인 유레카에 투자해 두 달여 만에 1000만달러(약 108억원)의 분기 배당액을 확보한 게 대표적 사례다. 유레카의 사업이 연 8.8% 이상 고성장이 전망돼 추가 수익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국내외 사업에서 안정적 배당 수익과 함께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로 SK의 올해 영업이익은 6조3229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보다 7.6%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 예고된 것이다. 26일 열리는 주총을 앞두고 SK가 느긋한 이유다.
SK는 연달아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됨에 따라 배당도 늘릴 예정이다. 2016년 기준 3700원의 주당 배당금을 이번에 4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인 배당성향은 33%에서 37%로 올라간다. 코스피 상장사 평균은 24.1%다.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최근 1년 새(작년 3월 23일~올해 3월 22일) SK 주가는 30%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가 자체 사업과 배당성향 확대를 통해 세계적 지주사 모델인 버크셔해서웨이를 좇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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