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김정태 회장 3연임…하나금융 계속 이끈다
입력 2018-03-23 16:11  | 수정 2018-03-23 19:39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이 3연임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지주는 23일 서울 명동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의 78.9%가 참석한 가운데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84.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김홍진·백태승·양동훈·허윤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도 통과됐다. 박시환 인하대 교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사외이사 후보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의 3연임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금융당국이 김 회장의 3연임 시도에 대해 '셀프 연임'이라고 비판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또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은행 채용비리 검사에서도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심 건이 대거 적발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주들이 김 회장 연임에 찬성했다는 사실은 김 회장의 향후 행보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즉시 반발했다. 김정한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주주들이 김 회장에게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김 회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김 회장의 연임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 노조가 전 직원을 대신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김 회장 앞에는 많은 난제가 놓여 있다. 먼저 금융당국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지난해 말 이후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와 계열사들이 올리는 승인 신청을 모두 보류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양측 관계는 악화됐다. 지금도 금감원은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이 벌이고 있는 채용비리 관련 수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도 김 회장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총이라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해결할 과제들이 남아있다"며 "김 회장이 당분간 지금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부산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하며 은행권에 첫발을 들였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92년 창립 멤버로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2012년 처음 회장직에 오른 이후 2015년·2018년 연임에 잇달아 성공했다. 이번 임기는 2021년까지다.
그러나 같은 날 열린 KB금융지주의 정기 주총에서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 등 KB 노조가 주주제안 형식으로 발의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KB금융지주는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노조가 추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선임 안건에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이 4.23%에 그쳤다고 밝혔다. 노조 동의로 현장 표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외이사 선임 결의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재차 부결된 셈이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최근 불거진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윤종규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도 언급됐다.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KB 노조 측은 "윤 회장의 행장 재직 시절 인사비리 때문에 인사팀장이 구속돼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윤 회장은 "저희 나름대로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굉장히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면서도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겸허하게 수사를 지켜보면서 저희 입장을 최대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사회에 대한 노조 측 규탄에 대해서도 윤 회장은 "사외이사가 회장 영향력에 종속돼 있다거나 회장의 셀프 연임을 도왔다는 것에는 좀 더 신중하게 반응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 KB금융 이사회가 추천한 선우석호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최남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은 모두 통과돼 이날부터 2년간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임기를 마친 유석렬·박재하·한종수 사외이사 임기도 1년 연장됐다.
한편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는 대구은행에서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겸직하던 은행장직에서 사퇴했다. 박 회장은 이날 대구 칠성동 DGB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여러 사안으로 지역 사회와 주주, 고객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지배구조 개선 및 새로운 도약과 은행의 안정을 위해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회장직은 새 행장이 선출되면 상반기 중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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