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 중도 사퇴 `논란`…노조 "임기 보장하라" 반발
입력 2018-03-23 13:32  | 수정 2018-03-23 16:41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이달 말 사퇴의사를 밝혀 공사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
전국 14개 공항 운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 등 현안을 순조롭게 처리한데다 공사 내부직원의 신망도 두터워 중도 사퇴 반대 여론이 내부에서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별도의 성명을 내 성 사장의 중도 사퇴가 외부 요인에 의한 것 임을 시사하며 현 정부를 겨냥해 "사장 임기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23일 한국공항공사 노조(위원장 나종엽)는 '사장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지난 몇 주 전부터 공사 내부에 국토부에서 사장으로 내려 보낼 사람이 있고 그것을 위해 사장에게 사직을 강요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면서 "국토부 출신을 부사장으로 임명한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사장까지 바꾸기 위해 무리수를 강행한다면 우리 공사 모든 임직원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정부의 무책임하고 불공정한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 직원들은 성 사장 취임 이후 경영평가, 공항 안전·보안, 제주공항 폭설 체객문제 등 각종 현안을 원만히 해결해 경질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성 사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여객 8000만 명 시대를 열었고,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여파에도 14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일궈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지속가능경영실태조사에서는 최고등급인 AAA를 획득해 8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았다. 정부가 평가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지난해 'B'를 받아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다.
공사 임직원에 대한 배려는 공항 업계에 회자될 정도다. 직원이 맘 편히 쉬고 가정을 꾸려야 업무능력도 향상된다면서 직원 휴가를 장려하고 2시간 단기 휴가제도 등을 도입했다. 회의·보고자료를 최소화하고 정시 퇴근을 장려해 타 조직의 부러움을 샀다. 공항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는 공군 참모총장 시절 군을 지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통 크게 대응해 내부 신망이 두터웠다.
한국공항공사 직원은 "성 사장은 공군 시절 위기 상황을 많이 겪고 대응해 봐서 그런지 대담하고 일희일비 하지 않아 조직 안정성이 어느때보다 좋았다"면서 "왜 갑자기 퇴진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가되지 않는다"고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앞두고 노동계 중심으로 '퇴진' 요구가 있었지만 이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공통된 이슈로 벌어진 일이어서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낙하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사 안팎에서는 지방경찰청장·공군·전직 여권 다선의원 출신 등이 차기 사장으로 내려올 것이란 하마평이 무성하다.
노조는 "정부의 경영평가 실사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성 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마저 낙하산 자리를 만들기 위해 특별한 사유 없이 사장 임기를 보장해 주지 않고 밀어내는 것이라면 순수했던 현 정부를 지지하고 응원했던 우리 모두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도 사퇴 후폭풍에 성일환 사장은 사직서 제출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제가 스스로 결심한 거고 저로 인해 다른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성 사장은 공군사관학교(26기)를 졸업하고 공군 제17전투비행단장, 공군사관학교장을 거쳐 2012년부터 2년동안 제33대 공군 참모총장을 지냈다.
2016년 3월 제주공항 통신 장애·폭설대란 등으로 위기에 놓인 한국공항공사의 제11대 사장으로 취임해 안전보안·서비스·경영성과를 최대 과제로 삼아 조직을 운영해왔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