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총현장] 삼성전자 "올해도 경영여건 어려워…초심으로 도전"
입력 2018-03-23 11:04 
[박진형 기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하겠습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회장은 23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지난해 회사 경영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사상 최대인 매출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15위, 보스턴 컨설팅 그룹 선정 최고혁신기업 5위, 인터브랜드사 발표 브랜드가치 6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해 동안 총 9조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소각하고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의 절반도 소각했다. 2017년 총 배당 규모는 5조8000억원이다.
권 회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회사의 경영 여건은 올해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회사와 임직원 모두 철저한 준비와 도전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함은 물론, 주주 여러분과 소통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발행주식 액면분할과 정관변경이 다뤄졌다. 오전 9시 기준 주주 508명이 출석했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수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84.85%다.
일부 주주는 이사 선임 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이사 선임 의안을 함께 상정해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의장은 주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절차에 따라 주총을 이어갔다.
주주총회 개회를 기다리고 있는 주주들 [박진형 기자]
삼성전자 세대교체 마무리…이사회 구성원 '9명→11명'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은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사외 이사와 사내 이사가 각각 1명씩 증가했다. 권오현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이상훈 전 경영지원실장이 빈 자리를 메꿨다. 이 전 실장은 권 회장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도 수행하게 된다.
또 신종균 부회장, 윤부근 부회장도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대신 현 사업부문장인 김기남 DS부문장 사장, 김현석 CE부문장 사장,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이 사내이사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3명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사내이사는 총 5명이다.
사외이사였던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 이병기 서울대 공대 명예교수는 임기가 만료돼 물러났다. 김종훈 키스위모바일(Kiswe Mobile)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감사위원 겸임),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기존 사외이사인 이인호 전 신한은행 은행장, 송광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박재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까지 사외이사는 총 6명이다.
이사 보수한도는 9명 550억원에서 11명 46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사회 구성원이 늘어났지만 보수한도가 줄어든 이유는 장기성과 보수한도 축소다. 일반 보수한도는 늘었지만 장기성과 보수한도는 250억원에서 90억원으로 줄었다.
권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직과 의사직을 내려놓는다"며 "현재 회사는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IT 산업을 고려하면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롭게 출발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초사옥 5층으로 향하는 주주들의 모습. [박진형 기자]
액면분할 50대 1 확정…'황제주→국민주' 기대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변경 의안도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삼성전자는 50대 1로 액면분할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의 총수는 기존 5억주에서 250억주로 늘어나며, 액면가는 기존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든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도 기존 1억주에서 50억주로 증가한다.
한 주주는 단계적인 액면분할을 왜 안했는지 회사 측에 설명을 요청했다. 50대1의 비율을 결정한 구체적인 이유를 캐물었다. 권 회장은 "10대1도 검토해봤지만 주가가 25만원이었다"면서 "코스피 평균 주가가 5만원 수준이기에 50대 1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액면분할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의 매매거래는 오는 4월30일부터 5월3일까지 3일간 정지된다. 50분의 1의 액면분할이 되면서 주가도 50분의 1로 낮아진다.
삼성전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 총액 1위 기업으로 주가가 200만원을 크게 웃돌아 '황제주'로 꼽힌다. 액면분할이 이후에는 주가가 낮아져 소액 투자자 접근이 쉬운 '국민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액면분할이 있으면 착시효과로 인해 단기간 주가가 상승한다. 액면분할 후 삼성전자 주가가 약 5만원 수준으로 낮아져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회사의 펀더멘털에 변화는 없지만 개인투자자 확대는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1팀장은 "삼성전자 액면분할은 주가 흐름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