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통·겸허…확 달라진 삼성물산 주총
입력 2018-03-22 17:54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목표했는데 진짜 가능한가. 이 자리에서 제대로 매출 비전을 제시해달라."
삼성이 주주들에게 제대로 혼났다. 그런데 회초리를 맞은 삼성물산은 "더 소통하겠다. 앞으로 더 회초리를 들어달라"며 주주들에게 한껏 몸을 낮췄다.
그룹 창립 80주년을 맞은 22일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장 풍경은 과거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열린 마음으로 소통을 하겠다며 주총 진행 방식을 전면 혁신했다. 서울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을 가득 채운 300여 명의 주주를 향해 삼성물산은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은 물론 사외이사들까지 마이크를 잡고 주주들의 질의에 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삼성물산은 주요 경영 현안을 발표한 뒤 바로 안건 의결에 들어갔지만 이번 주총에서는 경영 현안 발표 후 주주와 '끝장토론'식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개최일도 '슈퍼 주총데이'(3월 23일)를 피했다. 삼성 계열사 중 주총에 무제한 질의응답 순서를 마련한 것은 삼성물산이 처음이다.
달라진 소통 방식에 물산 주주들은 거침없이 마이크를 잡았다. 주식 3070주를 가지고 있다는 한 주주는 "제일모직과 합병 후 삼성물산이 주주들에게 해준 게 뭐냐"고 질타했다.

또 다른 주주는 "올해 매출 목표가 30조원인데 2020년까지 60조원 목표가 가능하겠냐"고 추궁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을 둘러싼 각종 이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주들은 이처럼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방안과 미래 비전을 묻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답변 과정에서 사외이사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까지 연단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장 사외이사는 "주주들이 '대체 사외이사가 뭘 하느냐'고 하겠지만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기업이 일정액 이상을 기부할 경우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등 다양한 개선안을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시작해 10시 40분께 끝났다. 대부분 시간이 주주 10여 명의 질의응답 절차에 소요됐다.
아울러 이날 주총에서는 최치훈 의장과 이영호 건설부문장(사장), 고정석 상사부문장(사장), 정금용 리조트부문장(부사장)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필리프 코셰 전 GE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신규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이재철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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