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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더블스타 "금호타이어 독립경영 보장"
입력 2018-03-22 17:22  | 수정 2018-03-22 21:16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협상자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오른쪽)과 이대현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22일 서울 산업은행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건에 관한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승환 기자]
금호타이어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한국법인 독립 경영과 종전 노사가 체결한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22일 공언했다. 이에 따라 노조가 해외 매각을 반대하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위기를 맞은 금호타이어가 회생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호타이어가 노조·직원과 체결한 합의는 모두 존중할 것"이라며 "이는 단체협약뿐 아니라 모든 협약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목적은 금호타이어를 소유하거나 기술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파트너가 되려는 것"이라며 "중국 지리자동차가 볼보차를 인수한 사례처럼 금호타이어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와는 시간·장소·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차이 회장이 꺼내든 '볼보 모델'은 해외법인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후방 지원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지리자동차는 2010년 스웨덴 볼보차 지분 100%를 인수했지만 현지 경영진 권한에는 간섭하지 않고 자금 지원에만 집중해 '볼보=중국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차이 회장은 "독립 경영은 본사를 한국에 두고 한국 경영진이 한국 회사법에 따라 경영계획을 결정하고 주주의 허가를 받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매각의 '뜨거운 감자'는 노조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고용 보장 옵션이다. 더블스타는 경영권 인수 후 3년간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노조는 "3년 시한부 인생을 살 바에는 차라리 법정관리로 가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차이 회장은 "3년 고용 보장은 일반 국제 관례에 따라 협의한 것이지 3년 후 금호타이어를 폐쇄하거나 다른 데로 옮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설비·기술 등 측면에서 한국에서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기간이 끝난 후 스마트 팩토리 도입 등 인력 감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일자리와 관련해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자동화나 스마트화는 목적이 아닌 (경쟁력 향상을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전격적인 입장 선회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이 회장이 3년 이후 고용 보장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세부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차이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뒤 노조와 대화하기 위해 광주 공장을 방문했지만 이날 회동은 불발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과 더블스타 회장이 필요할 때까지 광주를 오가며 노조 집행부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는 더블스타와 대화에 나서기 전에 고용 보장을 법률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구상과 향후 10년간 국내법인 경영계획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더블스타와 대화에 나서기에 앞서 자신들의 '밥줄'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에 관한 소상한 자료부터 먼저 달라는 것이다.
또 노조는 더블스타에 △국내법인 설비투자 계획과 재원조달 방안 △중국 공장 정상화 방안 △더블스타 각종 경영 자료와 인수자금 상환 조건 등도 건네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자료가 도착하는 즉시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더블스타 회장과 산업은행장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문제는 채권단이 설정한 법정관리 '데드라인'(3월 3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이날까지 노조가 해외 매각과 사측 경영 정상화 계획(자구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채권단은 채권 만기 연장을 중단한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타이어 입장에서 채권 연장 중단은 곧 법정관리를 의미한다.
차이 회장도 30일까지 노사 합의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의에 "무한정 기다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서울 = 김정환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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