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짜옵션` 5천억 공사비로 둔갑
입력 2018-03-22 17:19  | 수정 2018-03-22 20:27
지난해 말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많은 대형건설사가 거액의 무상 옵션을 약속해놓고 결국 공사비로 떠넘겼다는 정부와 서울시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강남 대형 재건축단지들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고 시공사를 서둘러 선정하고 '벼락치기'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서초 최대 재건축단지 중 하나인 반포 주공1단지(1·2·4주구)는 이런 금액이 5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들 반발이 커지면서 시공사 선정이 백지화되고 재건축 분담금이 부과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시·한국감정원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진행한 합동 현장점검 결과 반포 주공1단지에서 A건설사가 제시한 전체 무상 특화 금액 5026억원이 총공사비(2조6363억원)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A건설사를 수사 의뢰했다. A건설사는 수입 주방가구·디자인 특화 등에 수천억 원을 쓰는 등 강남 최고 명품 아파트로 꾸미겠다고 조합원들을 현혹했다.
국토부 수사 의뢰 후 경찰 수사를 통해 범죄 행위까지 입증될 경우 조합원 반발이 커져 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원은 2294명이다. 시공사 약속대로 '무료'로 했을 경우 가구당 2억5000만원을 제공받는 셈인데, 결국 무료가 아닌 분담금으로 돌아오게 생긴 것이다.

반포 주공1단지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올해 시행된 재건축 분담금을 피했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을 백지화할 경우 다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관리처분인가 신청 요건에 시공사 선정 요건은 없지만 사업비를 산정해 조합원들에게 의결받도록 돼 있다"며 "관리처분 신청 효력이 무효가 될지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조합원들이 3억~4억원에 달하는 재건축 분담금 부과를 우려해 시공사 선정 취소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조합원 간 갈등이 증폭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사례를 포함해 지난해 11월부터 △반포동 신반포15차 △서초동 신동아 △방배동 방배6 △방배동 방배13 등 총 5곳을 조사했다. 5개 조합 4개 시공사가 모두 적발됐다.
다른 조합에서도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등 20개 품목 232억원 △행주·도마살균기 등 19개 품목 109억원 △전기차 충전기 설비 등 110개 품목 56억원 △전력 회생형 엘리베이터 1개 품목 7600만원 등을 중복 청구해 공사비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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