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헌법소원 냈다 징계 처분받고 강제전역 당한 군법무관…대법 "전역처분 부당"
입력 2018-03-22 15:38 

군 내 불온서적 지정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낸 전직 군법무관에 대해 국방부가 징계를 내려 강제 전역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12년 1월 소송을 낸 뒤 6년 2개월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전직 군법무관 지모씨가 국방부 장관과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등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는 이 사건에서 지씨는 지시와 명령을 시정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이는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군인은 군 조직의 특수성에 비춰 일반 국민보다 기본권이 더 제한될 수 있다"면서도 "상관에 대한 복종 의무를 요구하며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고영한·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등 4명 "군인은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군 내부의 사전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일체 복무 관련 집단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어 "국방부 장관 지시에 불복할 목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언론에 공표해 이는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2008년 7월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노암 촘스키 교수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정하고, 부대 내 반입을 금지했다. 당시 군법무관이었던 지씨는 동료 법무관들과 함께 같은 해 10월 "이 같은 지시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육군 참모총장은 이듬해 3월 "지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해 군의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 군기와 단결을 저해했다"며 지씨에게 파면 처분을 내렸다. 지씨는 이에 불복해 징계 취소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승소해 2011년 복직했다.
하지만 육군 참모총장은 지씨에게 다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처분했고, 국방부 장관은 이를 근거로 "지씨가 현역 복무에 부적합하다"며 2012년 1월 강제 전역을 명령했다. 지씨는 이에 불복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앞서 1·2심은 모두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며 지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지시가 위헌·위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지씨에게 복종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있었더라도 먼저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해 군 내부에서 스스로 시정이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군 외부 기관인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은 군인복무규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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