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느 순간 엄마] (33) 내 아이 돌봐주는 어린이집 교사, 얼마나 아세요?
입력 2018-03-22 14:21  | 수정 2018-03-26 23:32

입소 신청을 해도 최소 몇 달, 혹은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어린이집은 그저 내 아이를 맡아주기만 해도 고맙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그 동안 나는 무관심했다. '어떻게 잘 해결 되겠지'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바로 내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급여 등 처우 문제에 관해서다. 알고 나니 더 불편해졌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 같다. 상세히 알아보니 더욱 그렇다.
아이 재운 방에서 불 끈채 허겁지겁 밥 먹는 교사들
지난 2월 민간어린이집 유예 문제로 본의 아니게 어린이집을 문턱 너머까지 서너차례 들어가게 됐다.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회의를 하기 위해서인데 그러면서 어린이집 구조를 확실히 파악하게 됐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이 이 정도구나',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 화장실을 쓰려면 복잡하겠다', '4세 아이들 8명이 다 누워 자기엔 방이 좁지 않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동시에 '이 작은 책상에서 보육교사도 같이 밥을 먹는다고?' '선생님들 화장실은 따로 없나?' '쉴 공간이나 개인 사물함은?' 등등의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직접 보니, 내 아이를 돌봐주는 이의 문제로 바라보니 또 달랐다.

이들의 근무환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육아휴직 기간 생후 5개월 된 아이를 맡기기 위해 간 어린이집에서 일주일간 적응기간이라는 것을 가졌을 때다.
0세 아이 3명을 돌보는 보육교사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우유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이 다 다른 아이들을 제 때 돌봐야했고, 옆 반 교사가 일이 생기면 그 자리를 대신 메워야 했다. 교실 꾸미는 일, 청소하는 일, 또 꽤 많은 행정 업무처리까지 모두 다 보육 교사의 몫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점심시간, 어두컴컴한 방 한 구석에서 밥을 먹는 교사들의 모습이었다.
보육 교사들은 일단 보채고, 울기까지 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밥을 먹였고, 양치질을 시켰으며 겨우 재웠다. 잠든 아이들이 깨지 않게 블라인드를 다 내린 깜깜한 방, 그제서야 보육교사들은 상을 펴 삼삼오오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대화는 따로 없었다. 오전 업무만으로 이미 지쳐보이는 보육 교사들의 얼굴은 내일도, 모레도 이같은 고됨이 반복될 것이란 생각마저 드니 한 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9시간 36분 일하지만 휴식시간은 단 18분…교사실은 커녕 식사 공간도 거의 없어
3년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는 '전국보육실태 조사' 보고서가 있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연구해 발표하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보육교사(중간 경력) 406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의 1일 근로시간은 9시간 36분으로 나타났다(2015년 기준).
근로시간 중 아이를 돌보는 데 평균 7시간 54분을, 보육준비와 기타업무를 하는데 약 1시간을 썼다. 점심시간은 30분, 휴식시간은 18분에 불과했다. 흔히 '밥 먹자고' 하는 일인데 그 밥조차 제대로 못 먹으며 일하는 이들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셈이다.
또 보육교사는 영유아와 함께 같은 장소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94.4%였고, 같은 식단을 운영하는 경우는 96.3%였다. 영유아가 먹는 음식은 간을 덜하기 때문에 성인이 먹기에는 싱거울 수밖에 없다. 매운 김치도 보기 힘들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 사이 최고의 간식은 '떡볶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게다가 보육교사의 일과 중 가장 바쁜 시간인 점심시간은 무급처리가 된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에 해당 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유급 근로시간으로 인정받는 유치원 및 초중등교사와는 대비를 이룬다. 보육교사를 위한 교사실과 개인 책상이 구비된 비율은 각각 45%, 34.8%이며, 식사공간은 9.7%에 불과하다.
한시도 쉴 틈 없지만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에 가까워
초과근무는 일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집 10곳 중 7곳(70.8%)은 초과근무를 한다. 이 중 64.7% 기관에서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초과근무시간 만큼 지급하는 곳은 61.2% 뿐이고, 상한선이 있는 경우가 19%, 초과근무시간과 상관없이 모든 교사에게 일괄지급하는 경우가 18.4%였다.
이렇게 한시도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받는 월 급여는 얼마나 될까. 평균 184만3000원 수준으로 이는 기본급(평균 147만 8000원)과 수당(평균 36만 5000원)을 더한 금액이다.
어린이집 규모가 작을수록 보육교사의 급여 수준은 더욱 낮아진다. 사회복지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평균 급여(수당 제외)가 175만 5200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국공립어린이집(173만 5800원), 법인·단체어린이집(169만 2300원), 직장어린이집(169만 1000원), 민간어린이집(128만 4200원),가정어린이집(118만 3900원) 순으로 나타났다.
많은 워킹맘들이 애를 맡기는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급여(118만3900원)는 조사 당시인 2015년 최저임금(월 116만6220원) 수준에 거의 가깝다. 경력 4~5년차의 보육교사 월급 수준이 이러하다고 했을 때 보육교사 전체 급여평균의 84.9%에 불과한 초임교사의 급여는 더더욱 쥐꼬리만해 질 수밖에 없다.
보육교사도 누군가의 엄마지만 정작 내 아이는 돌보지 못 해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남의 아이 돌보다 내 아이는 뒷전이 되는 게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2015 전국보육실태 보고서'를 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평균연령은 38.4세로 20대부터 40대에 걸쳐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기혼자가 72.5%이며, 유자녀 비율이 92.5%에 이른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분명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보육교사가 산전·후 휴가가 가능하다는 답변은 58%, 육아휴직 가능 여부도 55.4%에 불과했다. 2012년 조사 때보다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가능하다는 응답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어린이집에서 대체 인력 부재 등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됨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며 나는 4명의 보육교사를 만나봤다. 인연이 길든 짧든 네 분다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분들이었다. 육아 선배로서 쌓인 내공에 감탄할 때도 있었고, 보육교사의 칭찬 한 마디가 아이를 춤추게 했으며, 나 역시 하루의 노곤함을 싹 다 잊어버리게 한 적이 많다.
보육교사들은 하나 같이 때쓰고, 우는 아이더라도 그렇게 커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일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보육교사들의 근무만족도를 물어봤을 때 일에 대한 보람은 91%로 높았다.
그러나 보육교사의 급여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55.3%,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만족도는 30.3%로 낮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같은 낮은 만족도는 보육교사의 잦은 이직 등으로 어린이집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영유아의 성장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린이집이지만 그 어린이집을 지탱하는 보육교사의 현실을 너무도 외면하고 있다. 좋은 보육교사를 만나는 일은 결코 복불복의 문제가 아니다.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보육교사 자신이 행복해지고 이는 곧 내 아이들이 행복하게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다. 누군가의 엄마로서, 또 같은 워킹맘으로서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위로가 필요하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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