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도 느려' 인터넷 수리기사 살해범, 피해자 탓하더니 항소심서 "죽을죄 졌다"
입력 2018-03-22 13:33  | 수정 2018-03-29 14:05
1심서 무기징역 받자 우발적 범행 주장…검찰, 항소 기각 요청
유족 "가족 안정 되찾게 재판 빨리 끝내달라"…내달 19일 선고




자신의 집에 방문한 인터넷 수리기사를 흉기로 살해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50대가 항소심에서 "죽을죄를 지었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동안 도망가지 않은 피해자 탓을 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했던 그는 항소심에서 태도를 바꿔 우발적 범행임을 참작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22일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서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김성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권모(55)씨의 결심 공판이 열렸습니다.

권씨는 지난해 6월 16일 오전 11시 7분께 충북 충주에서 인터넷 점검을 위해 자신의 원룸을 찾아온 수리기사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자 권씨는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항소했습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은 이날 역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권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도 "오랫동안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해온 피고인이 피해망상에 휩싸여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임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은 권씨는 검찰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보였던 태도와 달리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죽을 죄를 지었다. 죄송하다"고 읍소했습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인터넷 속도가 느려 주식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봐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숨진 인터넷 기사가 달아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해 주변의 분노를 샀습니다.

1심 재판에서도 "범행 당시 상황 일부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이 때문에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단란한 가정을 파괴하고도 피해자 탓을 하는 등 진정성 있게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권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A씨는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녀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화목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날 공판을 참관한 유족은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주자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며 "평생 일만 하던 사람이 이제 여가를 즐길 나이가 됐는데 돌아가신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사형을 받던, 무기징역을 받던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며 "현명한 판단을 하시겠지만 빨리 재판이 끝나 가족 모두가 안정을 되찾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권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9일 열릴 예정입니다.

[MBN 뉴스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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