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복부 초음파검사 급여적용 놓고 의사-방사선사 갈등
입력 2018-03-21 18:26 

"의사들에게 초음파는 일부이지만 우리들에게는 전부입니다. 의사들 일자리 창출과 의료기사들 일자리 박탈 정책이 아니라면 하루 빨리 철회해주세요"(한 방사선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반드시 의사가 직접 시행하고, 검사를 시행한 의사가 판독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공장식 검사에 대한 남발을 줄일 수 있습니다"(대한초음파의학회의 대한방사선사협회 반박 성명서)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상복부 초음파 보험적용이 의사가 직접 검사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보건복지부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자 대한방사선사협회가 반발하고, 대한초음파의학회가 옹호하면서 시작전부터 삐꺾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심장내과 의사들은 방사선사 검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검사주체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단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상복부 초음파는 간·담낭·담도·비장·췌장의 이상 소견을 확인하는 검사로 그 동안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의심자와 확진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번 급여 확대로 B형·C형 간염, 담낭질환 등 상복부 질환자 307만여명도 혜택을 보게 된다.
대한방사선사협회(회장 우완희)는 "수많은 방사선사들이 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학 정규과정 이수와 국시 합격으로 면허를 따는 등 전문가 양성을 진행하고 있는데 복부초음파 급여적용에서 방사선사를 배제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열심히 공부해 기술을 습득한 방사선사가 검사하면 안되고 실력이 없더라도 의사가 해야만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협회는 현재 상복부 초음파 검사만 한정되어 있지만 그 범위가 확대될 경우 4만여명의 방사선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의사들이 한정된 시간을 쪼개 검사와 진료를 병행할 경우 검사의 질이 하락하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초음파의학회는 21일 "초음파검사는 의사가 직접 환자의 신체 부위를 검사하면서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시간 질병을 진단하는 것으로 검사를 하는 의사가 검사 도중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없다"면서 "방사선사협회의 요구는 국민건강을 도외시하고 불법의료행위를 양성화시켜달라는 것"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초음파의학회는 "초음파검사는 방사선사들이 획득한 영상을 사후에 판독하는 CT, MRI 검사 등과 달리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며 "방사선사가 단순히 기계를 잘 다룬다고 합법화될 수 없고 오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의학회는 국내 국가암검진기관을 대상으로 2007~10년 간초음파검사 품질평가에 관한 연구결과 방사선사 등 의사가 아닌 인력이 검사한 경우 부적합률이 3배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방사선사 등 무자격자에게 상복부 초음파 검사가 허용된다면 의사 1명을 고용해 약 10명의 방사선사에게 검사를 관리시키는 편법이 난무하고 공장식 검사가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의학회는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사가 해야하는 당연한 의료행위를 방사선사도 할 수있도록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방사선사협회의 주장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19일 "법률상 방사선사 업무는 의사의 행위를 보조하는 데 있다"며 "이를 마치 방사선사가 의사없이 단독 초음파 진단행위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다수의 의료계 주장과 달리 심장내과 의사들은 "초음파 획득(검사)과 판독은 모두 의사가 하는 것이 맞지만 표준화된 심장내과 초음파는 방사선사나 간호사가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방사선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협회를 투쟁체제로 전환했다. 협회는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고, 납득할 만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전국 방사선사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는 물론 의료기사단체연합과의 연대 투쟁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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