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인터넷銀 뜨니 시중은행도 `금리 다이어트`
입력 2018-03-21 17:11 
◆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1년 (下) ◆
직장인 김원진 씨(31)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금융회사의 전·월세 대출을 알아보다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택했다. 은행을 방문할 필요 없이 휴대폰으로 대출받을 수 있어서 편리했다. 특히 최저금리가 2.88%로 가장 낮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서 자금이 융통되면 수수료 수십만 원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끼친 영향은 단순히 금융 서비스 편의성 향상만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전쟁에 가세하면서 견제자 역할을 수행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출시한 전·월세 대출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 전·월세 보증금 대출 최저금리는 연 2.82%(신규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로 시중은행 최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효과로 지난 1월까지 줄곧 상승세를 보였던 전세자금 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2월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 1월에는 전세자금 대출 가중평균 금리 가 2%를 기록한 은행이 KEB하나은행 한 곳뿐이었지만 2월에는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BNK경남은행, SH수협은행, 카카오뱅크 등 4개 은행이 2%대를 기록했다. 특히 BNK경남은행과 SH수협은행은 1월 3%대를 보였다가 2월 2%대로 하락했다. 사실 이 같은 견제 효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케이뱅크(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해외송금 최저 수수료를 제시하자 시중은행들도 해외송금 수수료 등을 따라 인하했다. 두 인터넷전문은행 오픈 때는 마이너스 통장 등 각종 신용대출 가산금리나 연체 가산금리도 슬그머니 내려갔다.
지난 4월 K뱅크는 '직장인K 신용대출' 상품을 최저금리 연 2.73%로 선보이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당시 은행권 평균인 연 4.46%보다 2% 가까이 낮은 수준이었다. 중금리 대출 역시 제2금융권이나 개인 간 대출(P2P) 상품보다 저렴하게 내놓았다. '슬림K 중금리대출'의 대출금리는 우대 기준을 만족시키면 최저 연 4.19% 수준이다. 대출은 예·적금에 비해 고객 입장에서 금리 민감도가 훨씬 큰 분야다. 단 10bp로도 주거래은행을 바꿀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크다. 케이뱅크의 파격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카카오뱅크 역시 종전에 없던 업계 최저 수준의 대출금리를 내세웠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직장인 대상으로 연봉의 최대 1.6배(최대 한도 1억5000만원)까지 최저 연 2.86% 금리로 선보였다. 급여이체, 적금 가입, 자동이체 등 금리 우대를 위한 요구 조건과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그러자 시중은행들은 화들짝 놀랐다. 카카오뱅크 출범 직후 신용대출 금리를 잇달아 내렸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난해 7월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6개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3%로 지난 6월 4.85%에 비해 0.12%포인트 하락했다.
물론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 견제 효과가 아직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 인상기와 자본 부족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신용대출 분야에서는 시중은행과 금리 격차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공시 기준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 대출 평균 금리는 연 4.21%로 조사됐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4곳과 비교했을 때 상위권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의 연 4.7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두 은행을 제외하고 신한·우리·하나은행 평균 금리는 모두 연 3%대로 집계됐다.
현재 두 인터넷전문은행은 금리전쟁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실탄 확보를 위해 최근 자본 확충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에도 5000억원을 증자한 바 있다. 증자에 성공하면 자본금은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상반기 안에 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인해 대출금리 상한 시 한 단계 더 고민 요소가 생긴 건 사실"이라면서 "최근 두 은행이 자본 확충에 나선 만큼 또 한 번 금리 전쟁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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