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장거리 노선, 외항사 배만 불리나
입력 2018-03-21 15:56  | 수정 2018-03-22 10:12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서는 사람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사진 = 매경DB]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분담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중·장거리 노선은 외항사에 자리를 뺏기면서 외항사 배만 불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가 외항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데다 국적 저비용 항공사(LCC)는 단거리 위주로 운용되고 있어서다.
21일 한국항공대 허희영 교수연구실 자료에 따르면 외항사의 중·장거리 노선 점유율은 2011년 31.0%에서 2016년 38.0%로 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단거리 노선 비중이 동일했던 것을 감안하면 중·장거리 노선 비중은 크게 확대된 셈이다.
공급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국내 항공사의 중·장거리 노선 공급석은 연평균 3.6% 증가에 그친 반면 외항사의 경우 8.5% 늘었다. 미주 노선만 보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급석을 각각 연평균 1.3%와 5.1% 늘릴 동안 외항사는 14.4%씩 키웠다.
이에 따라 LCC들의 단거리 시장 따먹기 경쟁 속에 정작 수익성이 높은 중·장거리 시장을 외항사에 내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항사는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은 물론, 지난해부터 인천발 직항 노선을 대거 늘려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운영해 가성비와 편의성을 동시에 내세운다. 항공업계는 외항사에 내어준 중·장거리 탑승객 수가 매년 약 55만명, 시장만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은 글로벌 항공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성장한 전세계 LCC들도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지역 LCC 강자인 에어아시아가 에어아시아X를 통해 미주 노선을 운영하고, 유럽 LCC들이 대서양 국제선에 항공기를 띄운다. 단거리에 비해 중·장거리가 수익성이 높고 신규 노선 개발 등으로 경쟁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항공 시장의 성장세가 높은 만큼 중·장거리에 대한 시장 주목도도 높다. 인접 국가인 일본의 지난해 출국자 수는 1789만명으로 지금까지 2000만명을 넘기지 못한 데 비해 우리나라 출국자 수는 이미 2016년 2000만명을 넘겨 3년 연속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2650만명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장거리 노선 탑승률은 2016년 이미 80%를 넘었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서 지난해 6208만명이었던 여객수송 규모도 7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단거리 위주라 노선 불균형이 심한 것도 중·장거리 노선 성장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의 아시아권 출국 비중은 56%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경우 83.9%가 아시아에 몰려 있고, 미주(10.2%), 구주(4.3%), 대양주(1.3%)가 그 뒤를 잇는다. 보스턴컨설팅 그룹 보고에 따르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달러(약 3209만원)를 넘어서면 GDP 증가율에 따라 중·장거리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전문가들 사이에 중·장거리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두 국적 대형사로는 외항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막기 어렵고 LCC도 중·장거리 확대에 애를 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LCC가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경우 대형기는 물론 조종사와 정비사를 마련해야 하는데, 기단 수요가 맞지 않을 경우 고비용에 비해 여유 인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대한항공이 모회사 격인 진에어만이 대형기와 정비인력을 수급받아 중거리 노선을 운항 중이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항공 시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LCC 중심의 단거리 노선 성장으로 중·장거리 공급력이 상대적으로 시장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 진입자 등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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