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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게임`은 오용되는 용어다
입력 2018-03-21 12:20  | 수정 2018-03-21 12:30
지난 20일 시범경기 NC-삼성전은 한파로 인해 콜드게임이 선언됐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20일 5개 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기상 악화로 두 경기가 9회까지 치러지지 못했다.
사직구장 KIA-롯데전은 부산 지역에 최대 초속 19m 강풍이 닥친 탓에 4회말이 끝난 시점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영상 3도 기온에 선수들과 관중이 추위를 느꼈다. 대구구장 NC-삼성전도 꽃샘추위로 5회까지만 진행됐다. 3월에 열리는 시범경기에선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두 경기의 처리 방식은 다르다. KBO 공식기록지에 대구구장 경기는 ‘한파로 인한 콜드 게임으로 기록됐다. 콜드(Cold)한 콜드 게임(Called Game)이었다. 5회가 종료된 시점에서 홈 팀 삼성이 7-4로 앞서 있었으므로 야구규칙 4.10에 따라 정식경기가 성립된다. 하지만 KIA-롯데전은 정식경기 성립 요건인 5회를 채우지 못했으므로 노 게임이 선언됐다. 경기 결과는 물론 모든 플레이가 무효화된다.
하지만 사직구장 경기도 ‘콜드 게임이다. 콜드 게임은 한국, 그리고 한국 야구가 영향을 받은 일본 야구에서 자주 오용되는 용어다.
야구규칙에서 콜드 게임은 어떤 이유로든 주심이 종료를 선언한 게임”으로 정의된다. 메이저리그 야구규칙에 있는 A Called Game is one in which, for any reason, the umpire-inchief terminates play”의 번역이다. ‘종료보다는 ‘도중에 종료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날씨나 구장 상황, 통행금지와 같은 법률적 이유 등으로 정상적으로 경기가 종료되기 전에 심판이 플레이를 중단할 것을 명령(Call)하고 끝내는 경기다. 따라서 20일 사직구장과 대구구장 경기는 모두 ‘콜드 게임이다.
콜드 게임은 정식 경기 성립 여부, 승패를 가리는 방식에서 다음과 같이 나뉜다.
1) 5회말이 끝난 이후라면 정식 경기가 된다. 종료 시점 스코어로 승패를 가린다. 20일 대구구장 상황이다. 5회말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홈 팀이 5회말이 시작되기 전, 또는 도중에 리드를 잡았다면 승리를 가져간다.

2) 5회말이 정상적으로 끝났지만 스코어가 동점이라면 KBO리그에선 무승부가 선언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서스펜디드 게임이 돼 따로 일정을 잡아 종료 직전 상황부터 경기가 재개된다. 원정 팀이 앞선 상황에서 홈 팀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다면 KBO리그에서도 서스펜디드 게임이 된다.
3) 정식경기 성립 전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끝냈다면 노 게임이 선언된다. 20일 사직구장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야구에서 콜드 게임은 1) 상황을 가리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이런 용례에서 콜드 게임은 서스펜디드 게임, 노 게임과 병렬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서스펜디드 게임과 콜드 게임은 다른 것‘이라는 오해도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야구규칙에서 콜드 게임은 서스펜디드 게임, 노 게임의 상위 개념이다. 몰수 게임도 콜드 게임의 한 종류다.
지난 20일 시범경기 NC-삼성전 기록지. 비고 란에 한파로 인한 콜드게임(5회 종료)라고 적혀있다.

콜드 게임은 야구규칙에서 경기의 종료 방식을 규정하는 용어도 아니다. 야구규칙 4조에서 다루는 경기 종료 방식은 네 가지다. 정식경기와 예외적인 정식경기인 서스펜디드 게임, 몰수 게임, 그리고 제소 경기(Protesting Games)다. 제소 경기는 심판이 규칙 적용을 잘못해 승리 기회가 사라졌을 경우 커미셔너가 명하는 재경기다. KBO리그에선 한 번도 없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유명한 ‘파인 타르 사건을 포함해 모두 15번 제소경기가 열렸다.
‘콜드 게임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20일 대구구장처럼 비 때문에 5회에 홈 팀의 승리로 끝난 경기를 특정하는 용어는 야구규칙에 존재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상 ‘단축 경기(shorten game)라는 표현을 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은 콜드 게임은 원래 심판이 중단시킨 경기 모두를 가리키지만 단축 경기라는 뜻으로 한정돼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야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콜드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구 문화의 차이도 용어의 오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야간 경기가 본격화된 이후 메이저리그는 웬만한 기상 상황에서도 경기를 끝까지 치른다. 동점이라면 무승부가 아닌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다른 날짜에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리그는 장마철이 긴데다 무승부가 많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천으로 9이닝을 채우지 않고 끝난 경기를 설명하는 용어의 필요성이 메이저리그보다는 더 크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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