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케뱅·카뱅發 빅뱅…시중은행 판을 흔들다
입력 2018-03-20 17:20  | 수정 2018-03-20 19:57
◆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1년 (上) ◆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 1년을 맞았다. 지난해 4월 3일 케이뱅크가 변화의 신호탄을 쏜 후 후발주자 카카오뱅크는 '카뱅 쇼크'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기존 은행권에 충격을 줬다. 아직 시중은행 전체와 비교했을 때 여·수신 점유율이 0.5%로 미약한 수준이지만 이들이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두 은행은 정보기술(IT)을 앞세워 수십 년간 기존 은행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을 선보였고, 시중은행들은 이에 밀리지 않기 위해 변신을 주저하지 않았다. 두 인터넷 전문은행에 '메기'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일으킨 가장 큰 바람은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확대다. 필수 조건처럼 여겨졌던 오프라인 지점 방문을 없애고 원격으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엔 예금 조회와 이체 수준이었던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대출과 상품 가입으로 전면 확대됐다. 지난해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 대출 신청은 1194억원 규모로 전년(399억원)과 비교해 199.1% 늘었다. 통계 편제 이래 최고치다.
포문을 연 건 케이뱅크다. 출범 시 연말까지 목표를 여신 4000억원, 수신 5000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이미 영업 개시 100일 만에 여신 6100억원, 수신 65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카카오뱅크도 금융 비대면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에 이어 올 1월에는 전·월세 대출까지 내놨다.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든 절차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며 주말과 휴일에도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심사 결과는 2영업일 내로 확인할 수 있다. 출시 9일 만에 총 160억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1000억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았다. 지난해 비대면 가입 가능 상품을 대폭 선보였다. 신한은행의 '쏠 편한 마이카'가 대표적 비대면 서비스다. 최근 취급 건수 7만8541건, 취급 금액 1조7201억원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은 기존에 각종 사업증빙과 재무자료를 소지해 은행 영업점에서만 대출이 가능했던 소호 개인사업자 대출을 비대면화했다. KEB하나은행은 모바일 브랜치를 만들었다. KEB하나은행의 모든 영업점을 온라인상에 구현해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나 회원 가입 과정 없이 고객이 원하는 영업점 앞으로 신용대출 및 신용카드 발급 신청을 할 수 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로 중심이 옮겨가면서 가상 은행창구 격인 모바일뱅킹 앱도 대변화를 맞았다. 모바일뱅킹은 어렵다는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직관으로 구성해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모바일뱅킹 앱은 첫 화면부터 많은 메뉴를 배치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두 인터넷 전문은행은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 계좌를 볼 수 있고, 원하는 서비스를 찾을 수 있도록 배열했다. 전 과정에서 공인인증서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시중은행도 변신에 나섰다. 경쟁력과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별로 5~10개의 별도 앱으로 제공해온 서비스를 하나로 합치는 작업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22일 통합 앱 '쏠(SOL)'을 선보였다. 기존에 6개 앱으로 나뉘어 있던 금융거래를 '쏠' 하나로 통합했다.
최근엔 인공지능(AI) 상담원 도입에도 경쟁이 붙었다. 예컨대 거실에서 "지니야, 첫째 딸에게 50만원 송금해줘"나 "공과금 납부해줘"로 명령하는 등 스마트폰 터치도 필요 없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KAIST와 협약을 맺고 AI 상담원 개발에 착수했다.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 AI '누구'를 시범 테스트 중이고, 우리은행은 이보다 앞서 지난해 3월 음성인식 상담서비스 소리(SORi)를 출시했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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