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명박 전 대통령 22일 영장심사…MB는 불출석
입력 2018-03-20 16:10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오는 22일 법원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20일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이미 입장을 충분히 밝혔기 때문에 법원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MB 영장심사 불출석 왜?
영장심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321호에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6기) 심리로 열린다. 그러나 피의자 심문 없이 서류심사만 진행할 전망이다. 혐의와 영장 분량이 많아 심사 시간이 크게 줄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변호인 참석 여부는 재판부 결정에 따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 날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서울구치소나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다. 검찰은 피의자가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법원 구인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구속여부를 다툴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어서 강제구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영장실질심사때 직접 출석해 8시간동안 검찰과 법리 공방을 벌이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다스 실소유·뇌물이 쟁점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안 나와도 검찰과 변호인간의 법정 다툼은 벌어진다. 우선 다스 실소유주 여부가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다스 경영비리 등 혐의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지분 전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처남 김재정씨 사망 이후 기획재정부에 물납한 지분을 제외한 80%가 모두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것이다.

뇌물 혐의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민간 부문 금품수수' 등 110억원 이상 뇌물을 챙겼다는 혐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여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은 모르는 일" "조작된 문건" 등의 주장으로 맞설 방침이다.
특히 민간 부문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해선 이 전 대통령이 금품수수 사실을 인식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자금 '통로'로 지목된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금품수수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지만 이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정치자금'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선 영장법정에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48·29기)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48·29기)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선 강훈(64·14기) 박명환(48·32기)·피영현(48·33기)·김병철(43·39기) 변호사가 나선다. 이 전 대통령이 변호사 비용 탓에 대형 로펌을 선임하지 못해 불리할 거라는 의견도 있다.
양복·가방 선물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74)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받은 금품 가운데 고가의 맞춤 의류와 가방 등이 포함된 사실이 20일 새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2007년 초부터 2011년 초까지 이 전 대통령 측에 22억623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면서 현금 외에 양복, 코트, 가방 등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2008년 1월 수제 맞춤 양복 브랜드의 1230만원 상당 의류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이 150만원 상당의 양복 5벌과 180만원 상당 코트 1벌을 받았고, 이상주 전무 등 사위 2명이 각각 양복 1벌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옥 수사도 쟁점
김윤옥 여사 수사 여부와 방식도 관심사다. 그의 혐의와 의혹은 계속 늘어나는데 검찰은 수사 일정과 직접 조사 여부 등에 대해 "결정한 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 전 대통령 구속 전까진 "부인까지 형사처벌은 무리"라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일각에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사 때 영부인 중 처음으로 권양숙 여사(71)를 조사해 결과적으로 역풍을 불러온 점이 고려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여사는 불법자금 수수액이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이팔성 전 회장이 2007년 대선 전후부터 이상주 전무를 통해 건넨 금품만 4억65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엔 2010년 12월 그의 임기 말에 241만원 상당의 루이뷔통 가방을 구매해 5만원권 현금 1억원을 담아 김 여사에게 건넨 사실도 포함돼 있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011년 김 여사를 보좌하는 여성 행정관에게 국정원 특활비 10만달러(약 1억원)를 건네 관저에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 말까지 다스 법인카드로 해외 면세점 등에서 4억원을 사용한 사실도 조사됐다. 최근엔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8월 대선후보로 확정된 전후에 뉴욕의 여성 사업가로부터 3만 달러(약 3300만원)가 담긴 고가의 명품(에르메스)백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송광섭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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