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철강 보호무역 바람…조선업계, 후판 가격 상승 부담 덜까?
입력 2018-03-20 15:36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철강 보호무역이 한국 조선업계의 강재 가격 인상 부담을 덜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로부터 지난 2016~2017년 수출한 후판에 대해 11.64%의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받은 현대제철은 미국으로 수출물량을 줄이고 이를 국내 조선업계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예비판정에서 나온 반덤핑 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추진하고 있는 25%의 관세와는 별개다. 최악의 경우 현대제철은 미국에 후판을 수출하면서 40%에 달하는 관세를 물어야 하는 셈이다.
만약 현대제철이 조선업계에 공급하는 후판 물량을 늘리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 철강업계가 벼르던 후판 가격 인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겪은 수주 부진으로 후판 수요가 늘지 않은 조선업계에 공급이 늘어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제철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에 후판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해왔다. 그 동안의 원가 인상 요인을 반영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철강업계와 아직 업황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선업계가 맞서면서다.
철강업계는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올리는 등 우회적인 압박을 총동원한 지난해 하반기 공급한 후판 가격을 t당 5만원 올리기로 하는 합의를 받아냈다. 하지만 올린 가격도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며 올해 들어서도 가격 인상을 위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 현재 국내 철강업계가 조선업계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은 중국산 후판보다 저렴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업계도 후판 값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조선업계는 최근 잇따라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 몇 년동안 지속된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 말까지는 실적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적 보릿고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은 지난해 4분기 각각 3422억원·5959억원·351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세 회사가 기록한 영업적자를 합하면 1조2891억원에 달한다. 조선업체들은 일감이 줄어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데다 강재 가격 인상 등이 반영돼 실적이 악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선박 발주시장이 회복된 뒤 조선업체들이 따낸 일감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은 올해 연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설계 과정 등을 거쳐 실제 조선소 야드에서 후판을 자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후판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 철강업계의 태도가 변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국내로 추가 유입되는 물량이 많다면 가격 인상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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