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 만명의 개인정보가 한 데이터처리회사에 의해 무단 활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 의원들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 직접 청문회에서 증언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 캠프를 지원한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사건을 조사 중인 의원들이 저커버그를 의회 청문회와 조사위원회에 출두시키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전날 CA 계정을 중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에이미 클로부처 민주당 상원의원은 "페이스북과 CA 측은 우리에게 믿어달라고 하지만 미국인 5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단활용될 정도면 저커버그가 상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해명해야 할 사안"이라며 "개인정보가 정치광고나 선거조작에 악용된 게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회 간사 애덤 시프 의원도 "저커버그가 의사당에 나와야 할 것"이라며 "알아내야 할 게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에 대한 의회 증언 요구는 영국에서도 이어졌다. 영국 의회는 이번 사건에서 케임브리지대 심리하고가 알렉산더 코건 교수가 개발한 성격검사 애플리케이션이 동원된 점 때문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대미언 콜린스 하원 의원은 "저커버그에에게 조사위원회에 나와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
이번 사건은 CA 내부자가 뉴욕타임스(NYT)에 CA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 무단 활용 정황을 폭로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CA는 '유권자 심리 프로필'을 만드는 회사로, 트럼프 대통령 캠프의 데이터 작업을 도맡아 수행했다. 회사의 설립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이자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이며,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폭로한 CA 내부 고발자는 "나는 스티브 배넌의 심리적 전쟁 도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 회사가 개발한 '심리 프로필'이 미국 유권자들의 성격과 정치적 성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으며 데이터 분석을 위해 이 회사에 5개월간 최소 600만 달러(약 64억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문제는 CA가 코건 케임브리지 교수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수 천 만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데이터를 불법 수집한 뒤 이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AP는 이번 사건을 두고 "소셜미디어 역사상 최대 개인정보 누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페이스북 측은 의회 증언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페이스북은 이미 미국 대선과 관련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데 페이스북 플랫폼이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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