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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의 첫 시즌, 역대 규정타석 채운 19세 선수는?
입력 2018-03-19 14:24  | 수정 2018-03-19 17:50
kt위즈의 신인 강백호. 시범경기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팀당 5경기를 치른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kt 위즈 신인 강백호(19)는 타율 랭킹 공동 7위(0.429)에 올라 있다.
지난 18일 수원 롯데전에선 7회말 무사에 대타로 나와 롯데 투수 김대우의 초구 빠른공을 받아쳐 시범경기 첫 장타를 2루타로 신고했다. 그리고 3-3으로 맞선 9회말 무사 1·2루에선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때리며 수원 홈 팬들을 설레게 했다. 몸쪽 낮은 공에 자신있게 빠른 스윙을 하는 장면은 1994년의 LG 김재현을 연상시킨다.
강백호는 이미 올시즌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됐다. 서울고 1학년인 2015년엔 고척스카이돔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벌써부터 역시 고졸 신인으로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넥센 이정후와 비교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역사에서 이정후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2009년은 삼성에서 김상수, KIA에서 안치홍이라는 미래의 골든글러브 유격수와 2루수가 고졸 신인으로 데뷔한 시즌이다. 이 해 8개 구단의 19세 이하 야수 10명은 모두 1118타석에서 들어섰다. 이승엽이 데뷔한 1995년 이후 최다 타석이다.
하지만 이듬해 19세 이하 선수들은 고작 8타석에만 들어설 수 있었다. 이후 7시즌 동안 한 번도 200타석 이상이 기록된 적이 없다. 2017년엔 706타석이었지만, 이 중 622타석을 이정후가 혼자 책임졌다. 이정후 다음으론 kt 내야수 안치영의 22타석이 최다다.
2014년 이후 KBO리그는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다. 하지만 타자에게 유리한 환경도 이정후를 제외하곤 고졸 야수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타고투저일수록 더 많은 기회를 받는 신인은 투수 쪽이다. 야수의 경우 구단은 경력이 있고, 연봉도 비싼 기존 선수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

타고투저든 투고타저든 프로야구에서 고졸 야수가 첫 해부터 활약하는 건 원래 어려운 일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19세 이하 나이에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는 딱 7명 뿐이다. 최초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의 구천서였다. 신일고를 졸업한 구천서는 1981년 실업야구 상업은행에서 한 시즌을 뛴 뒤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다. 이 해 타율 9위(0.308)에 올랐지만 타자로선 이 해가 커리어 하이였다.
구천서 이후 규정 타석을 채운 고졸 신인이 등장하기까지는 무려 12년이 걸렸다. 1994년 LG 김재현이 그 주인공이다. 김재현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19세 이하 신인일 것이다. 데뷔 시즌의 21홈런과 80타점은 아직까지 역대 고졸 신인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타자에게 가장 불리한 잠실구정에서 나온 기록이다. 안타 기록(134개)은 지난해 이정후가 179안타를 치기 전까지는 23년 동안 1위를 지켰다.
규정타석엔 미달했지만 이해 세광고를 졸업한 한화 중견수 박지상도 타율 0.308을 때려내는 활약을 했다. 이후 한동안 고졸 야수는 프로야구의 트렌드가 되는 듯 했다. 고교 유망주들이 대학 진학보다 프로 입단을 선호하게 된 시기와 맞물린다. 1995년엔 프로야구 사상 최고 타자인 이승엽이 삼성에서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1996년엔 OB 정수근이 도루 43개를 성공시키는 활약을 했다. 3년 뒤인 1999년엔 해태 정성훈이 타율 0.292에 7홈런을 때려냈다.
2001년엔 KBO 역대 최고 우타자 자리를 다투는 김태균이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했다. 이해 김태균은 고작 289타석에만 들어서고도 20홈런을 때려냈다. 타율(0.335), 출루율(0.436), 장타율(0.649), OPS(1.085) 등 비율 기록은 역대 고졸 신인 중 압도적인 1위다. 다만 타석이 적은 탓에 타격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4.33으로 1994년 김재현(5.97)에 이어 2위다.
그리고 김태균 이후 2016년까지 어떤 고졸 야수도 WAR 2.0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이정후는 고졸 야수로는 16년 만에 나타난 ‘괴물 신인이었다.
지금 강백호에게 2017년 이정후의 활약을 기대하는 건 이르다. 1994년 김재현의 활약에 고무된 LG는 이듬해 역시 신일고를 나온 조현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조현은 1995년 시즌 전반기에 9홈런을 때려내며 인상적인 활약을 했지만 후반기 약점이 드러나며 슬럼프에 빠졌다. 그의 프로 5시즌 통산 홈런 수는 14개였다.
신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회다. 정수근은 첫 시즌 성공에 대해 김인식 감독이 부진해도 기회를 준 게 가장 컸다”고 말한다. 1999년의 정성훈은 김응용 당시 해태 감독의 강력한 세대 교체 방침에 따라 기회를 얻은 경우다.
올해 강백호가 맡게 될 kt 좌익수 포지션은 지난해 10개 구단에서 생산성이 떨어졌다. OPS은 0.666에 그쳤고, 홈런은 딱 5개였다. 모두 10개 구단 최하위다. kt는 창단 이래 미래의 프랜차이스 스타에 대한 갈망이 큰 팀이다. 김진욱 kt 감독은 강백호에게 기회를 주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강백호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스윙은 현재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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