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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노동이사·김정태 3연임…주총 빅이슈
입력 2018-03-18 17:31  | 수정 2018-03-18 20:53
금융지주 이번주 슈퍼주총
5대 금융지주의 주주총회가 잇달아 개최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열리는 첫 주총이다. KB금융지주의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승인이 초미의 관심사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KB금융지주 주총에서는 노조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표 대결'이 예고돼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 사외이사 추천 안건이 한 차례 부결된 뒤 재차 주주제안 형식을 빌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노조는 "권 교수는 인사·조직관리 및 노사관계 전문가로, 정부기구·시민단체 등에서 쌓은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췄다"며 "KB금융의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권 교수 선임에 찬성 의견을 내놨다. 반면 이사회는 지난 5일 주총 소집 공고를 내면서 "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시했다. ISS도 "권 교수의 상장사 이사회 활동 경험이 없어 이사로서의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노조가 제안한 정관 개정안 두 건도 결의 대상이다. 각각 △대표이사(회장)의 사추위 참여 배제 △사외이사에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다. KB금융 주주의 약 70%가 외국인 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ISS 같은 해외 자문사 권고가 주총 결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건 통과는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돼야 한다.
하나금융지주도 23일 주총을 연다. 하나금융지주는 2015년 4명을 신규 선임한 이후 최대 폭의 사외이사 교체에 나섰다. 사외이사 8명 중 5명을 신규 선임했다.
무엇보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시도를 주주들이 받아들여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다시 선정했지만 금융감독원에서 지배구조와 관련된 압박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3연임을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 중 4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식 중 2분의 1 이상이 이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현재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지분율 9.64%)이지만 나머지 주식 대부분(약 75%)은 블랙록 펀드, 캐피털그룹 등 외국계 금융사가 나눠 갖고 있다.
외국계 주주들에게 영향력이 큰 ISS는 최근 김 회장 취임 이후 하나금융지주 실적이 개선됐다는 이유를 들어 김 회장의 연임 지지를 권고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외국계 주주들 결정이 김 회장 3연임을 좌우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와 별도로 국민연금 입장은 정부 의중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잣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23일 주총을 개최하는 우리은행은 관심을 모았던 지주사 전환 추진 계획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금융당국과 지주사 전환을 위해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며 "손태승 행장이 올해를 지주사 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한 만큼 주가 회복 등 사전 준비를 차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22일 열리는 신한금융지주 주총에서는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최경록 CYS 대표,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등 3명이 새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 중 박 전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2기)다.
오는 30일 열리는 NH농협금융지주 주총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이끌 사외이사진이 확정된다. 기존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 큰 폭의 변동이 불가피하다. 농협금융지주 임원추천후보위원회는 19일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후임 이사진 논의를 시작한다.
[김동은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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