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올해가 글로벌 헬스케어 전성기 원년"
입력 2018-03-16 16:16  | 수정 2018-03-16 19:29
'헬스케어 전문투자' 섹토랄운용 제롬 펀드 CEO
"한국 헬스케어 투자자는 인수·합병(M&A)에 강점을 가지고 몸집을 부풀리던 캐나다 전문 의약품 개발사 밸리언트(Valeant)가 한순간에 고점 대비 90%까지 폭락했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운용사인 섹토랄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 제롬 펀드(사진)는 한국의 헬스케어 시장을 진단하면서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그는 "글로벌 헬스케어 섹터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6배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일부 헬스케어 기업들은 밸류에이션 부분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평가돼 있다"며 "성장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적정 가격까지 생각해서 투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보는 곳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섹토랄자산운용은 2000년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설립된 헬스케어 전문 운용사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에 상장된 헬스케어 관련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최근에는 신흥국 지역 헬스케어 종목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가 운용하는 이머징헬스케어 관련 펀드도 한국 기업을 일부 편입하고 있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대형주로 등극한 종목은 담고 있지 않다.
그는 한국의 일부 바이오·제약사에 대한 과열된 투자 분위기를 우려하면서도 한국과 중국 등 이머징 헬스케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유망한 투자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A부터 Z까지 전 분야에 걸쳐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고, 한국 기업 역시 바이오시밀러 등을 앞세워 혁신성 측면에서 궤도에 올라와 있다"며 "과거에는 복제약, 중국 수요 증가에만 의지하던 한국과 중국 등 이머징 헬스케어 마켓이 지금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못지않은 혁신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그는 4년 전 근무지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홍콩으로 옮기며 신흥국 헬스케어 시장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신흥국 헬스케어 시장이 고령화와 소득 인구 증가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 연 8%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데다 세계적인 수준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헬스케어 투자처를 방문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스터디 트립'이 지난해 한국에서 열릴 정도였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경 쓸 만큼 한국 기업의 혁신성이 궤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펀드 CEO는 올해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제 완화 분위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 신생 바이오 기업의 기업공개(IPO) 등 '3박자'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그는 헬스케어 산업에 우호적인 환경에 힘입어 최근 27년 동안 S&P500지수 성장률(9.8%)을 2%포인트 가까이 상회하는 성장률(11.7%)을 보인 헬스케어 섹터가 정보기술(IT) 성장률(11.8%)을 바짝 추격한 만큼 글로벌 시장의 주도주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말 FDA에서 18년 만에 최초로 유전자(GENE) 치료제가 승인을 받았고 승인을 앞둔 관련 의약품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며 "지난해 FDA가 최근 10년 들어 가장 많은 신약을 승인(46건)하는 등 규제 완화 분위기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펀드 CEO는 헬스케어 섹터가 트럼프 행정부 법인세 인하의 직접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1600억달러(약 170조원)에 달하는 대형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해외 자금이 미국으로 상당 부분 돌아오게 되면 주식 재매수나 배당 확대, M&A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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