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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로 나뉜 상가 보행로 연결…日신주쿠역, 주변에 年16조원 기여
입력 2018-03-16 16:14  | 수정 2018-03-16 19:13
일본 도쿄 신주쿠역 남측에 개발된 테라스시티. 선로 상부에 설치된 인공데크를 통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피데스개발]
◆ 도시가 미래다 리빌딩 서울 ② ◆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후 6시 일본 도쿄 신주쿠역. 역사 남쪽에 개발된 신주쿠 테라스시티(Terrace City)는 살짝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철도 선로 양옆으로 늘어선 가로변 상점가에는 퇴근길 쇼핑에 나선 20·30대 직장인이 많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마쓰자카 게이코 씨는 "맛집과 특이한 상점이 많아서 저녁에 자주 들른다"며 "건물과 건물 사이가 연결돼 있고 산책길도 마련돼 있어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2006년 신주쿠역 남쪽 선로 상부에 인공데크를 설치하는 공사로 시작한 신주쿠 테라스시티 개발은 도쿄 역세권 재개발 사업 중에서도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JR동일본 등 5개 회사에서 운영하는 신주쿠역은 하루 이용객이 342만명에 달해 2011년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도쿄의 중요 교통 광역거점이다. 이 지역 연간 소매업 매출만 16조원(2016년 기준)에 이른다. 신주쿠는 원래 도쿄도청이 있는 역 서쪽과 가부키초라는 쇼핑·유흥가로 유명한 역 동쪽 위주로 개발돼 있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남측을 정비하고 역사 노후화를 해결하기 위해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이후 역 시설과 택시 승강장, 고속버스 승강장으로 구성된 복합환승센터와 쇼핑거리인 테라스시티 등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신주쿠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 잡았다.
JR동일본 등이 개발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작업은 철도 선로 때문에 단절된 보행 네트워크를 연계하는 일이었다. 복합용도개발을 통해 압축도시(Compact City)를 구현한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테라스시티는 인공데크를 통해 철도 선로를 건넌 후 양쪽으로 늘어선 빌딩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빌딩 1층에는 상점을 집중 배치해 자칫 흘러나갈 수 있는 동선을 머물게 해 이곳에서 소비와 사회활동을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상기 토모 대표는 "개발 주체가 건물마다 제각각이지만 공간을 연결하고 각자 연결점을 중심으로 특색 있는 공간을 개발한 것이 신주쿠 역세권 개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이유는 '신주쿠역 기반정비 검토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1차 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으로 지정된 신주쿠는 JR동일본 등 개발 주체와 도쿄도, 인근 기업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만들었고 상호협정을 맺어 통합 개발 마스터플랜을 작성했다. 그 과정에서 개발 주체가 분명치 않은 '빈 땅'은 근처 회사가 자본을 투입해 보행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신주쿠 외에도 도쿄 역세권 재생은 개발 주체끼리 협의체를 만들고 전체 구역을 통합 개발하는 형태로 대부분 진행되고 있다. 도쿄의 또 다른 역세권 거점이자 부도심인 시부야도 2005년 말 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으로 지정된 후 2007년 '시부야역 가구블록 기반정비 검토위원회'가 설치됐다. 현재 시부야 주변으로는 대규모 재생 프로젝트 5개가 2020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 중에서 도큐문화회관과 주변지구를 공동사업으로 재개발한 히카리에 가구블록은 이미 완공됐다.
때로는 기존 계획을 과감하게 수정하기도 한다. 1998년 재개발이 시작된 시나가와역은 도쿄에서 가장 먼저 진행된 역세권 재생 프로젝트다. 철도 화물기지로 사용되던 용지를 상업시설과 오피스타운으로 복합 개발했다. 전체 공간 종합설계, 역사와 오피스빌딩 사이 공중회랑, 1층에 조성된 공원 등 이후 역세권 개발에서 흔히 보이는 아이디어가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보다 개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을 목표로 진행 중인 시나가와역 2단계 개발은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보완 성격이 강하다. 차량기지를 이전한 후 윗부분을 인공데크로 덮고 양쪽에 상점과 오피스를 배치하는 '신주쿠식 개발'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쿄 역세권 재생사업은 민간과 공공부문이 끊임없는 상호 논의를 통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세권 재생사업은 대부분 의견 조정 작업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사업을 끌고 갈 협의체가 존재하지 않았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렸던 용산역세권 개발도 서울시와 코레일, 민간 기업 사이 이해관계를 풀어내지 못하고 좌초해 공전 중이다. 이정형 중앙대 교수는 "일본에서 역세권 재생작업을 진행할 때는 필요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계자끼리 합의를 도출해 통합계획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도쿄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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